올가을 세계 클래식계를 주름잡는 국내외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실력과 명성을 겸비한 거장 지휘자가 이끄는 악단, 일급의 재능을 보유한 피아니스트 등 오케스트라와 독주회를 넘나드는 세계의 별들이 잇따라 내한 공연을 연다. 국내 클래식 팬들로서는 한동안 뜸했던 공연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버리고도 남을 만큼 하반기 라인업이 화려하다.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무대는 오는 12일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으로 열리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듀오 콘서트다. 지난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어느덧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피아니스트로 성장한 조성진이 올해 칠순을 맞은 대선배 정경화와 함께 꾸미는 무대라는 점에서 클래식 애호가들의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른 상태다. 두 사람은 이번 공연에서 슈만·베토벤·프랑크의 소나타 명곡을 들려준다. 조성진과 정경화 역시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상대방과 함께 만들어낼 하모니에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성진은 “정경화 선생님은 고민이 있을 때마다 항상 조언을 구하는 제 인생의 멘토”라며 “굉장한 완벽주의자인 선생님과의 협연으로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울 듯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경화는 “겸손한 성품과 음악에 대한 추진력을 함께 갖춘 조성진은 더 이상 조언이 필요 없는 실력자”라고 추어올렸다. 조성진은 9월에 이어 11월 16일에도 예술의전당에서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의 협연자로 무대에 올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선보일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 역시 한국 관객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클래식 거장 중 한 명이다. 지난 2006년 내한 공연에서 30회의 커튼콜과 10곡의 앙코르로 화끈한 팬 서비스를 선보였던 그는 올 하반기에만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한다. 먼저 10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소나타 ‘함머클라비어’,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등을 연주한 뒤 11월30일에도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 함께 내한해 리스트 협주곡 2번을 들려준다.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 에사 페카 살로넨이 이끄는 영국 필 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협연도 놓치면 안 되는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이다. 낭만주의 음악의 독보적인 대가인 지메르만은 2003년 이후 15년 만의 내한이다. 그는 오는 10월1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번스타인 교향곡 2번 ‘불안의 시대’를 함께 연주한다.
베를린 필하모닉을 떠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에 새 둥지를 튼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10월1일 롯데콘서트홀 개관 2주년을 기념해 내한 공연을 갖는다. 영국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통하는 LSO와 별다른 수식이 필요 없는 거장 래틀이 빚어낼 하모니에 벌써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 가을 LSO 음악감독 취임 후 첫 번째 내한 공연인 이번 무대에서 래틀은 드보르자크 슬라브 춤곡(1·2·4·7번),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시벨리우스 교향곡 5번 등을 연주한다. 율리아 피셔, 힐러리 한과 함께 21세기 여성 바이올린 트로이카(3인방)로 꼽히는 재닌 얀센이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세종문화회관은 개관 40주년을 기념해 11월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초청한다. ‘러시아 음악계의 차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를 맡아 말러 교향곡 1번과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미국 최고 권위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협연자로 관객들을 만난다.
빈 심포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 유수의 악단을 두루 거친 이탈리아의 거장 파비오 루이지는 오는 10월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국 교향악단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 그는 KBS교향악단과 함께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선보인다. 루이지의 내한은 2009년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한국을 찾은 이후 9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