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차인의 상가 계약갱신청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려주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건물주를 달래기 위해 소득세와 법인세 5%를 세액공제 해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지자 나온 일자리안정자금처럼 세금으로 땜질을 반복하는 것이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지원책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및 야당과 협의하고 있다. 세제혜택의 전제인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은 지난달 말 불발됐지만 여당은 이달 정기국회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과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후문이다.
안을 보면 정부는 부동산 임대수입 7,500만원 이하 상가 임대업자가 동일한 세입자에 5년을 초과해 임대하면서 임대료 인상을 최소화하면 소득세와 법인세 5%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임대료 인상률은 법정 상한(5%)보다 낮은 연 3% 이내로 해야 한다. 부동산 임대소득이 있는 개인 90만명 가운데 약 74만8,000명(83%)이 잠재적인 수혜 대상이다. 법인은 1만8,000개 중 4,000개가량(21%)이다.
다만, 이런 혜택은 임대인이 자영업자일 경우에만 가능하다. 대기업 대리점이나 대형 프랜차이즈 같은 곳이 들어왔을 때 세제 감면을 해주면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판단이다.
이를 두고 정부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도한 시장개입에 따른 부작용을 재정으로 메우는 일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만 해도 고용축소 우려가 커지자 지난해 일자리안정자금 2조9,700억원이 중소기업에 나갔다. 내년에도 2조8,200억원이 책정됐다. 2년 간 27%라는 급격한 인상만 없었어도 나가지 않아도 될 돈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도 안정자금의 공식을 따랐다. ‘최저임금 인상→자영업자 불만→임대료 인하 및 기간보장→건물주 반발→세금지원’의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시장의 역습이다. 세제혜택을 준다지만 사실상 상가임대의 최고수익률을 정해놓으면 투자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신규 상가공급이 줄어들고 이는 신규 계약이나 재계약 시 임대료 폭등으로 이어진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세액감면 자체가 계약갱신청구권 연장이 시장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조치임을 정부 스스로가 인정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개입해서 지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계속 만드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