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손학규 신임 대표’ 체제의 돛을 올렸다. 최고위원은 바른정당 출신인 하태경·이준석·권은희 후보가 선출돼 당 지도부에 합류했다. 손 대표가 높은 지지율로 당 수장 자리에 올랐지만, 고질적인 당내 계파 갈등을 수습하고,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에서 그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는 않다.
2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 투·개표 결과 손 신임 대표는 27.0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하태경(22.86%), 이준석(19.34%) 후보가 뒤를 이어 최고위원에 이름을 올렸고, 권은희(6.85%) 후보는 4위 안에 들지 못했지만, 여성 몫으로 최고위원 자리를 꿰찼다.
손 대표를 선장으로 한 새 지도부의 최우선 과제는 6·13 지방선거 이후 가라앉은 당 분위기와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야권 발 정계개편에서 바른미래당이 존재감을 보이기 위해선 지지율 제고가 필수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거치며 표출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 사이의 갈등으로 당 지지율은 10% 미만의 ‘마의 벽’에 가로막힌 상태다.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7%로 정의당(12%)보다도 낮다. 이런 상황에서 컨벤션 효과를 불러와야 할 전당대회조차도 조용히 치러진데다가 당원들의 투표 참여율도 저조해 당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당의 화학적 통합도 시급하다. 합리적 진보냐 개혁적 보수냐를 둘러싼 노선갈등이 채 봉합되지 않은데다가 전당대회 준비과정에서 ‘안심(安心)’ 논란이 일면서 당내 계파 간 대립이 팽팽해졌다. 여기에 전당대회 직전 국민의당 계열의 일부 당직자들이 쌈짓돈을 챙겼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예비경선 전화여론조사(ARS) 결과 조작의혹이 제기되는 등 네거티브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내홍은 심화됐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손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 계파 등 모든 이분법을 뛰어넘어 우리 안의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며 당내 화합을 강조했다.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주현·이상돈·장정숙 등 비례대표 3인방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출당 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손 대표가 이날 ‘제왕적 대통령제·승자독식 양당체제 타파’를 주장한 만큼 야권 중심의 개헌 및 선거제도 개편 논의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