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의 질주가 시작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라닐 살가도 부국장은 최근 2조6,000억달러 규모의 인도가 내년 3월에 끝나는 올 회계연도에 7.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이어 내년도에는 7.5%로 성장률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며 인도 경제를 ‘달리기 시작한 코끼리’에 비유했다. 터키·아르헨티나 등 다른 신흥국들이 부채 급증과 외환보유액 급감 등 금융위기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것과 달리 인도 경제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개혁정책과 탄탄한 펀더멘털을 무기로 세계에서 보기 드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인도 경제는 글로벌 무역전쟁과 신흥국 금융불안이 한창이던 2·4분기에 성장률 8%를 웃도는 쾌속질주를 과시했다. 1일(현지시간) 인도 현지 일간지 타임스오브인디아 등은 인도 통계부 자료를 인용해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8.2%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6년 2·4분기 8.1%의 성장률을 기록한 지 2년 만에 성장 속도가 8%대로 복귀한 것이다. 이는 블룸버그 등이 예상한 전망치(7.6%)를 크게 뛰어넘은 것이기도 하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제조업·건설·개인소비 등이 2·4분기 성장을 견인했다. 제조업 성장률은 전년동기보다 13.5% 늘어 두자릿수 성장을 보였고 건설 부문 증가율도 8.7%에 달했다. 개인소비 증가율 역시 8.6%로 탄탄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아룬 자이틀리 인도 재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2·4분기 경제성장률 수치는 글로벌 경제환경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인도 경제의 잠재력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흥국 경제가 위기로 내몰리는 가운데 인도 경제가 ‘나 홀로’ 활기를 띠는 것은 2014년 출범한 모디 정부의 경제개혁 드라이브가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모디 정부는 2016년 말 화폐개혁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해 주별로 달랐던 부가가치세를 전국적인 상품서비스세(GST)로 통합하고 외국인 투자가 최대 49%였던 단일 브랜드 소매유통업의 지분투자 제한을 철폐하는 등 각종 규제 빗장을 걷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과감한 규제 철폐는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인도에 대한 첫 직접투자로 전자결제 업체 ‘페이틈’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왓츠앱과 구글 등도 2억5,000만명에 달하는 인도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비즈니스스탠더드에 따르면 올 2·4분기 인도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127억5,000만달러(약 14조2,000억원)로 전년보다 23% 늘었다.
다만 신흥국 통화위기 속에 연일 떨어지는 루피화 가치와 유가 상승 흐름은 인도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최대 원유 수입국 중 하나인 인도는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다 루피화 가치 추락으로 경상수지 적자폭이 커지고 수입물가가 상승하는 등 타격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달러 대비 루피화 가치는 연초 대비 10% 이상 하락한 1달러당 70.9950루피에 마감했다.
영국 시장 조사기관인 옥스퍼드경제의 필리야나 키쇼어 인도지부장은 “올해 경제전망에 마냥 긍정적인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가 상승과 날로 고조되는 무역갈등은 경제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