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달 말 내놓은 ‘한국투자코스피솔루션증권투자신탁’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안전 지향적인 기관들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 이 펀드는 연 4~6%대의 ‘중위험·중수익’ 수익률을 내 건 채권혼합형 펀드다. 한투운용은 베트남 펀드, 한중일 4차역형펀드 등 특정 지역이나 산업 테마를 타깃으로 펀드를 내놔 인기를 끌었다. 한투 운용이 3년간 준비해 내놓은 상품이 중위험을 내건 채권혼합형 펀드라는 점에서 업계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컸다. 반대로 한투운용이 고심 끝에 채권혼합형 펀드를 들고 나온 것은 그만큼 시장 상황이 예전과 다르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펀드는 주가지수가 하락할 때 손실을 최소화하고 주가지수가 상승할 때마다 추가수익이 발생할 수 있도록 TBS(Tilted Bull Spread·기울어진 불스프레드)라는 파생상품 전략을 내걸었다.
이처럼 운용사들이 원금 손실이라는 펀드의 치명적 약점을 보완하는 방식의 펀드를 내놓는 것은 달라진 시장 상황에서 출발한다. 올 들어 국내 주식 시장은 잇따른 미국 금리 인상 여파에 장기 박스권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식시장 동력이 지난해와 같지 않으면서 액티브주식형 펀드 시장에선 올해 4,421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신(新) 박스권 시대 전망이 나오면서 펀드도 스타 마케팅 보다는 원금 손실을 막아주는 중수익 상품에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은행 예금 보다는 높은 수익을 원하지만 손실 폭이 커지는 것이 싫은 고객들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지난해 주식시장 호황으로 헬스케어펀드, 삼성그룹주펀드의 1년 수익률이 40%, 20%에 달하는 등 특정 펀드 테마에 기대면 높은 수익을 벌 수 있던 것과는 펀드 상품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신한BNPP커버드콜 펀드 역시 박스권에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한때 설정액이 1조원을 육박했다가 7월까지 계속 환매가 이어져 7,500억원까지 줄었으나 최근 박스권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자금이 다시 몰리고 있다. 이 펀드는 파생상품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도 1조원대의 메가펀드가 된 이례적인 경우다. 커버드콜은 주식, 주가지수선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매수해 코스피지수와 유사한 수익을 추구하고 동시에 콜옵션을 매도해 안정적인 프리미엄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콜옵션 혜택을 기본으로 가져가 주식이 오르지 않아도 수익을 낼 수 있고, 주가 하락시에는 손실폭을 보전할 수 있다. 올 들어 인덱스주식펀드 수익률이 -8.91%인 반면 커버드콜 펀드의 수익률은 -0.6%로 손실폭이 훨씬 적은 것도 이런 전략 때문에 가능하다. 박문기 신한BNP자산운용 팀장은 “주가가 보합을 보이며 박스권을 기록할 때는 고객들이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이 펀드의 인기 비결은 주가하락기에도 손실은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펀드 상품이 이와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스타 대신 ‘수요자 중심으로, 펀드는 원금보전이 안 된다는 고객들의 우려를 해결하고자 하는 펀드가 빛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ELS 펀드 역시 요즘과 같은 변동장에서 틈새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객들은 주가지수가 하락하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ELS 투자에서 가장 우려한다. ELS 펀드는 ELS 투자 시 가장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발생조건인 ‘낙인조건’ 옵션을 없앤 상품으로 원금 손실 우려가 있는 자산 투자 위험을 피하면서도 예금 금리보다 수익률이 높은 점이 장점이다. 예를 들어 ELS의 경우 지수 변동에 따라서는 만기인 보통 3년까지 마지막 조건까지 충족되지 않을 시 큰 손해로 끝이 나지만 ELS 펀드는 이 손실 우려를 없앤 상품이다. ELS펀드 중 설정액이 524억원으로 가장 큰 ‘한국투자ELS지수연계솔루션증권투자신탁’은 1개월 수익률 1.16%로 이같은 낙폭장에서도 수익률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ELS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은 운용액 313억원으로 1개월 수익률 0.7%, 3개월 2.01%, 올해 수익률 역시 4.07%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