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혼란] 신규주택 개념·규제시점 '오리무중'...알맹이 없는 발표에 시장 '우왕좌왕'

평소2배 등록행렬에 구청 북새통

"기존 보유주택은 혜택 그대로"

기재부·국토부 자료 발표 불구

"그말도 못믿어" 시장불안 여전




정부가 등록 임대사업자들의 세제혜택을 줄이겠다고 밝히자 시장에서는 이를 둘러싼 갖가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세제혜택 축소와 관련해 ‘서울 등 과열지역’에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신규주택을 취득하는 행위를 우선 제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존 보유주택을 임대 등록하는 경우는 세제혜택 축소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혼란은 해소되지는 않고 있다. ‘신규 주택’의 개념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 또 언제부터 적용되는지, 그리고 과열지역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이 결정되지 않아서다. 이렇다 보니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시중은행 PB센터, 세무 전문가들에게 오전부터 다주택자들의 임대사업자 등록과 관련한 문의가 이어졌다. 대책 전에 서둘러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축소 방침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혜택을 축소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줄이겠다는 것은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임대사업자의 줄어드는 혜택이 무엇인지, 언제까지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하는지, 기존 임대사업자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등을 묻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시중은행의 한 세무사는 “임대사업 등록을 고민하던 고객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서둘러 해야 하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이 평소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시장 과열지역에서 신규 주택을 취득한 경우 혜택을 줄일 것이라고 재강조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부는 3일 공동 자료를 통해 “국토부는 시장이 과열된 지역에 한해 신규 주택을 취득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경우 과도한 세제지원의 축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기존 보유주택을 임대 등록하는 경우는 혜택을 축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기존의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신규 등록하는 경우 또는 이미 등록한 임대사업자의 혜택은 축소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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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신규 취득의 행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등을 놓고 혼란은 여전한 모습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사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예정 중인 한 매수자가 매매계약을 했지만 아직 잔금까지 치르지는 않았다”면서 “신규라는 것이 등기 기준으로 할 것인지, 계약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소급적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정부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대응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계약 체결일, 등기 기준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덧붙여 ‘시장이 과열된 지역’ 범위 역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시중은행의 한 PB팀장은 “새로 주택을 사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려고 현재 매매계약금 1,000만원을 건 뒤 오는 10월 말에 잔금을 치르기로 했는데 세제혜택이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문의가 왔다”며 “신규 등록자부터 임대사업자 혜택을 줄이겠다고 말했는데 그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불안해한다”고 전했다.

기존 임대사업자의 세제혜택을 줄이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큰 그림이지만 이것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잠실동의 한 중개사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혜택을 주겠다고 얘기한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말을 바꿨다”면서 “정부의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구체적으로 계획을 내놓기 전에 서둘러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강남구청의 한 관계자는 “평소 임대사업자 등록 건수는 평균 하루에 100여건”이라면서 “하지만 이날 오전 3시간 만에 60명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고 전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도 “임대사업자 등록 문의가 갑자기 증가한데다 하루종일 임대사업 민원 처리를 감당하기가 힘들 정도”라면서 “평소보다 등록 건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정부의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가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소형 단지 중심으로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6억원 이하, 전용 85㎡ 이하의 소형 재건축단지 위주로 갭 투자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면서 “다만 이 자체만으로 서울의 과열된 부동산 열기를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완기·이재명기자 kingear@sedaily.com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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