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무역전쟁을 예고하는 지표들은 많았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21세기 들어 미국의 무역적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대중 적자 비중이 60%를 상회한다. 중국의 저가수출로 미국 내 일자리가 감소하고 실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이미 지난 2011년부터 미국의 중국 제품에 대한 무역구제 조사는 전체 조사 건수의 40%를 넘어섰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는 미 의회의 움직임도 2011년부터 본격화했다. 양국 국민들의 지배적인 인식차이도 G2 무역전쟁을 부추겨왔다. 중국이 무역흑자로 쌓인 외환보유액을 미국 국채에 투자해 시장금리 상승을 억제하며 자산가격 버블을 조성하고 있다는 인식이 미국 내에 팽배해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 경제가 서비스 위주의 경제로 이행돼왔기에 대중국 제조업 교역에서 적자가 확대된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대중국 첨단제품 수출제한 정책으로 미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첨단제품들의 대중국 수출길이 자체적으로 막힌 점도 지적한다. 중국은 전 세계 가공무역의 중심지로 대미 무역흑자 중 상당 부분이 실제로 다른 국가들의 이익으로 귀결된다는 측면도 강조한다.
그래도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탄핵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다시 결집하기 위해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측면이 강하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선거가 끝나면 출구전략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2020년 자신의 재선을 위해 다시 꺼내 들 카드는 남겨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중 전쟁이 단번에 해결될 수도 없다. 위안화를 20% 평가절상하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내의 시각이나 1985년 미일 플라자합의 같은 식의 급진적 평가절상 압력은 중국에 통하지 않는다. 당시 일본은 냉전체제에서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던 상황이었다. 지금의 중국은 안보를 타국에 의존하지도 않고 미 국채 매입으로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보전해주는 채권국이다.
결국 현재 미중 간 상호 500억달러라는 제한된 규모로 전개되고 있는 무역보복이 앞으로도 반복될 G2 통상전쟁의 모습일 것이다. 미국은 선거 때마다 주기적으로 중국 경제에 보복함으로써(China bashing) G2 헤게모니 게임에서 심리적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중국에 가장 큰 타격은 무역보복 자체가 초래하는 물질적 손해가 아니다. 세계에서 제일 강한 패권국이 공개적으로 주요 대상국으로 지목하고 경제전쟁을 선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장기 심리전이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이다.
한국의 양대 교역국이자 투자국인 미중 양국의 장기전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세계 통상환경 악화와 보호주의 확산은 물론 국제무역기구(WTO) 다자통상 질서의 근간을 흔들어놓는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보복을 하더라도 미국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수출기업이 누리는 반사적 이익은 크지 않다. 한중 제조업 제품들의 수출경합도는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고 미국 시장에서 제3국 제품이 중국산을 대체하도록 좌시할 트럼프 정부도 아니다. 반면 중국산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는 중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우리 기업에 치명적이다. 특히 중국 생산기지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의 피해가 큰 점도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요인이다. 가치사슬의 연쇄반응에 따른 손실이 반사적 이익을 압도한다는 말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손해를 보면 볼수록 보호주의적 성향은 높아지고 한국에 무역역조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다만 중국이 장기전에 대비해 내수 주도 성장으로 방향을 틀게 되면 우리가 소비재 완제품 분야에서 대중국 수출과 투자를 늘릴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미국의 압력으로 중국 시장이 개방돼 제도적 투명성이 제고되고 지적재산권 보호가 강화되면 우리 관련산업들도 더불어 혜택을 볼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양태와 그에 따른 피해, 기회 요인들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 문제 해결에 올인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의 통상 분야 요구사항들을 수용해버리는 것은 21세기 실리외교에서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