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미래컨퍼런스 2018]"제조2025서 韓 염두 안둬...中이 매달릴 핵심기술 있어야 승산"

주제발표-양평섭 대외경제정책硏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

中 모방국가서 R&D강국 부상...2050년엔 세계 최강 예상

G2무역갈등도 단순 힘겨루기 아닌 中견제 위한 美의 전략

TV 만들때 반도체 공급하듯 경쟁적 협력으로 기회 찾아야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이 5일 서울시 광진구 비스타워커힐서울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미래컨퍼런스 2018’ 세션 1에서 ‘중국의 경제적 부상에 따른 기회와 위협’이라는 제목의 주제강연을 하고 있다.  /권욱기자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이 5일 서울시 광진구 비스타워커힐서울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미래컨퍼런스 2018’ 세션 1에서 ‘중국의 경제적 부상에 따른 기회와 위협’이라는 제목의 주제강연을 하고 있다. /권욱기자



“‘중국제조 2025’에서 한국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서울경제신문이 5일 서울 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개최한 ‘미래컨퍼런스 2018’의 주제 발표자로 나선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은 최근 중국 국책연구소 관계자로부터 이 말을 들었을 때를 가장 놀랐던 순간으로 꼽았다. 불과 20~3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은 중국 제조업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였다. 중국 산업 정책 전문가들에게 ‘한국과 협력할 분야는’이라는 질문을 던지면 지난 1990년대만 하더라도 철강·항공기 등 산업 각 분야가 줄줄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빠르게 변하며 점점 손에 꼽을 정도로 대상이 줄어들더니 수년 전에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반도체’라는 답이 나왔다. 그리고 이제는 중국의 핵심 경제발전전략인 ‘중국제조 2025’을 짜면서 아예 한국을 고려대상에서 뺄 정도로 중국의 산업경쟁력은 대폭 뛰어올랐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의 굴기를 우리가 그저 좌시만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양 소장의 판단이다. 그는 “중국의 변화를 파고들어 우리는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 공급할 수 있다”며 “과거 건설용 철강재를 팔았다면 이제는 특수강재를 팔 수 있고, 건강이나 환경·게임 등의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우리에게 매달릴 만한 핵심기술을 만들어낸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중국의 경제적 부상에 따른 기회와 위협’을 발표한 양 소장은 중국의 무서운 성장세를 우려했다. 중국은 지난해 특허협력조합(PCT) 국제특허출원건수가 4만8,882건으로 미국(5만6,624건)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개별 기업 1~2위는 화웨이(4,024건)와 ZTE(2,965건)로 모두 중국이 차지했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스마트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각각 33.2%, 32.9%, 29.2%로 각각 23.4%, 28.4%, 19%를 기록한 한국을 한참 따돌렸다.


최근까지도 중국을 수식하는 단어는 모조품, 가짜라는 뜻의 ‘산자이’였지만 이제는 엄연한 연구개발(R&D) 강국으로 환골탈태한 셈이다. 내친김에 중국은 이제 한국을 가볍게 뛰어넘어 세계적인 제조강국으로의 도약을 꿈꾼다. 오는 2025년까지 기틀을 마련한 뒤 10년이 지난 2035년에는 독일과 일본을 따라잡고 2050년에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최강 수준에 이르겠다는 목표다.

관련기사



양 소장은 “과거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처이자 해외 생산기지로 우리 경제발전에 보완적인 존재였다”며 “그러나 이제는 1~2년 안에 한국의 반도체나 조선해양 등 주력 산업이 중국에 추월당할 위기에 놓였고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분야는 이미 중국이 앞섰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핵심 미래 먹거리로 삼는 바이오 분야 역시 중국의 공세를 버텨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양 소장은 “중국은 신산업 육성과 관련한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유전정보 활용을 폭넓게 허용하는데, 바이오 산업 역시 최대 강국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 역시 단순한 힘겨루기가 아닌,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이라는 게 양 소장의 판단이다. 그는 “미국이 단순히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고자 통상전쟁에 나섰다면 중국은 바로 들어줄 용의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속내는 중국의 기술부흥을 막으려는 의도이다 보니 중국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중국의 높은 성장세에 우리는 그저 당하고만 있어야 할까. 양 소장은 “한국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중국에 보여줘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중국이 TV나 컴퓨터를 만드는 데 주력할 때 한국이 같이 경쟁하기보다는 전자제품에 들어갈 반도체를 공급해 수익 모델을 만들었듯, 중국의 산업 생태계에 꼭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이 보완적 협력 대상이었다면 앞으로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양 소장의 시각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산업 고도화로 뷰티나 건강·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 이 분야에 상대적으로 우위에 선 한국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 수 있다. 양 소장은 “2002년 당시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가 10년 후 적자로 돌아선다는 보고서를 썼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며 “한국도 계속해서 산업구조 혁신을 해왔고 앞으로 중국에 새로운 ‘필요’를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세종=임진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