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부터 이어져온 노량진 수산시장 이전을 위한 명도집행이 상인들의 반발로 또 다시 무산됐다. 최근 대법원이 명도 소송에서 수협 측 손을 들어줬지만 상인들은 근대문화유산인 구(舊) 시장이 존치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 전까지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는 구 노량진 수산시장 강제철거를 위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집행관들의 3차 명도집행이 진행됐다. 이날 법원은 집행관 100여명을 동원해 상인들이 불법 점유하고 있는 점포에 대한 철거를 위해 시장 내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소식을 듣고 모인 상인 200여명이 강렬하게 저항하면서 집행이 무산됐다.
이날 상인들은 집행관들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오전 일찍부터 시장 입구를 차량으로 막고 시위를 벌였다. 법원은 이날 총 6차례 시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상인들의 저항에 부딪혀 1시간 만에 집행을 중단하고 현장에서 철수했다. 집행관들이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몇 차례 상인들과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다행히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현장에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경찰이 대거 배치되기도 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시설 노후화 등에 따른 현대화 작업으로 2015년 10월 구 시장 바로 옆에 신시장 건물이 세워졌다. 당시 상인 절반 이상이 점포를 옮겨갔지만 일부가 이전을 거부하면서 수협과 갈등을 빚고 있다. 현재 구 시장에는 총 268개 점포가 남아 있는 상태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4월과 올해 7월까지 두 차례 명도집행을 진행했지만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상인들은 구 시장의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윤헌주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 공동위원장은 “서울 미래유산으로 등재된 구 시장은 상인들이 장사할 수 있도록 유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상인들은 신시장으로 이전할 경우 절반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30년간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양정구(60)씨는 “신시장은 여유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통로가 좁게 설계되는 등 장사를 할 수 있도록 고려해 만들어진 건물이 아니다”라며 “구 시장 상인들이 전부 이전할 경우 절반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수협은 건물 노후화로 인한 안전 우려 등으로 추가 강제집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17일 수협이 제기한 구 시장 상인 358명을 상대로 한 명도소송에서 수협 측 손을 들어주는 확정판결을 내렸다. 임현우 수협 노량진수산시장 경영기획부 대리는 “현대화 사업은 상인들의 동의를 받아 적법하게 진행됐고, 구 시장과 비교해 점포 면적도 크다”며 “오는 10일부터 수도관을 통한 해수 공급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