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가 자사 회원들이 보유한 ‘리플(XRP)’을 피싱당하도록 유도해 거액을 빼돌린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은 회원들로부터 리플 8억5,000만원어치를 편취한 디지털게이트코리아 대표이사 김모씨를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지난달 31일 구속하고 김씨와 공모한 프로그래머 이모씨 등 일당의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일본 리플 거래소 S 대표(일본인)와 공모해 회원들에게 “보유한 리플을 다른 사이트로 옮기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거짓 내용을 담은 e메일을 발송했다. 이에 놀란 회원들은 김씨 일당이 프로그래머 이씨와 함께 미리 만들어놓은 피싱 사이트에 접속해 개인정보를 입력했다. 김씨는 이 사이트를 통해 로그인에 필요한 회원들의 거래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확보한 다음 회원들의 전자지갑에서 리플을 자신의 계정 등으로 이체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김씨 일당은 지난해 7~8월 일본인 38명을 포함한 피해자 54명이 보유한 221만리플(약 7억원)을 빼돌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1월에도 같은 방법으로 자사 회원 20명으로부터 8만리플(약 1억5,000만원)을 추가 편취했다. ‘동전코인’으로 알려졌던 리플이 올 1월 미국 송금서비스사인 ‘머니그램’과 제휴를 맺는다는 기대감으로 3달러(당시 약 3,426원)선을 돌파해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점을 노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리플은 이달 6일 기준 시가총액이 약 280억달러가 넘는 세계 2위 암호화폐로, 운영주체가 불분명한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미국 ‘리플랩스’사에서 발행·관리한다. 문제의 거래소는 2014년 11월(당시 ‘리플마켓코리아’) 국내 최초의 리플 거래소로 개점했으며 ‘리플랩스가 공식 추천한 거래소’라고 홍보해온 만큼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거래소는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검찰은 해당 거래소에서 발생한 과거 해킹·도난 사건 등이 김씨 일당의 범행일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일본 측 공범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증거관계가 명확해 혐의가 입증된다”면서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