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상도유치원 건물 붕괴]5개월전 '위험' 보고에도 미적...용산구·금천구 이어 또 人災

서울교육청 4월 전문가 의견서 전달 받았지만 안전조치 안해

동작교육지원청이 5일에야 공사현장 관계자 등과 대책회의

시민들 "안전불감증 너무 심해...공사장 인근 지날때마다 불안"

지난 6일 밤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건물이 기운 상도유치원 건물이 7일 낭떠러지 앞에 위험하게 놓여 있다.  /연합뉴스지난 6일 밤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건물이 기운 상도유치원 건물이 7일 낭떠러지 앞에 위험하게 놓여 있다. /연합뉴스



“공사장 인근을 지날 때마다 뭔가 불안했어요. 공사 소음도 문제였지만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안전사고가 터지지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했는데 결국 사고가 나고 말았네요.”

한밤중에 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져 혼비백산했던 서울 동작구 상도동 주민들은 결국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7일 경찰과 소방당국·관할구청 등에 따르면 전날 밤 발생한 서울 상도유치원 건물 붕괴와 최근 금천구 가산동 싱크홀 사고 모두 터파기 공사장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날 오후11시30분께 상도동의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서·교육청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는 등 상황파악에 나섰다. 다세대주택 공사장 옹벽이 무너지면서 근처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이 10도가량 기울었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금천구 가산동 공사장 흙막이가 무너져 인근 아파트 주차장과 도로에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 규모의 대형 지반침하가 발생했다. 가산동과 상도동 사고 모두 터파기 공사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경찰은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건설사가 흙막이와 옹벽을 제대로 설계·시공했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동작구는 이날 이번 사고 원인과 관련해 “비가 많이 내려 (공사장) 터파기를 한 곳으로 물이 흘렀고 약한 흙이 쓸리면서 (옹벽의) 기초 부위가 약해졌다”며 “조금씩 파이다 보니 전조는 있었을 것이다. 기초 부위가 연약해지면서 급격히 붕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산동 아파트, 상도동 유치원 모두 사전에 붕괴 등의 징후가 있어 주민들이 해당 관청 등에 민원을 넣었지만 정밀조사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발생한 용산구 상가건물 붕괴 사고 역시 사전에 붕괴 조짐이 보였지만 관계당국의 늑장 대응으로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이번 상도유치원 사고의 경우 서울시교육청은 이미 올 4월부터 ‘붕괴 위험이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서를 전달받아 공사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 차원의 안전 조치를 취한 건 아니었고 동작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은 이달 5일에야 상도유치원장과 공사현장 관계자, 안전진단 업체를 만나 대책회의를 시작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동작구청은 이날 대책회의 참석을 요청받았으나 이에 응하지도 않았다.

전문가들은 공사 업체와 관리·감독기관의 안일한 대처를 지적한다. 윤태국 건설기술교육원 교수는 “가산동과 상도동 모두 비가 온 후 사고가 발생했는데 우천시 공사장의 터파기 현장은 압력 변화를 받아 주변 건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공사 업체는 비 오기 전후 현장의 안전을 철저히 점검하고 감리 업체와 관리·감독기관은 공사 현장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데 가산동·상도동 사고 모두 이를 무시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상도동 사고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런 사고가 여러 차례 이어지고 있는데 민간 공사 현장이나 구청이 관리하는 공사 현장에 매뉴얼이 적용되고 있는지, 충분히 시행되고 있는지 전면적으로 심사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내에서 아찔한 사고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상도동 주민인 이경서(34)씨는 “이웃의 상도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불안해서 학교를 못 보내겠다고 하는데 교육청은 등교하라고 한다”며 “안전불감증이 너무 심한 것 같은데 학생 안전이 우선시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상도초의 학부모 상당수는 불안감에 자녀를 등교시켰다가 조퇴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구에 거주하는 한 주민도 “용산상가 붕괴 사고가 난 지 얼마 안 돼 가산동과 상도동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나 서울 시내를 다니기가 불안하다”며 “서울시가 도시재생을 한다면서 이리저리 공사만 많이 하고 또 허가해주는데 안전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불안감을 전했다.
/김정욱·오지현기자 mykj@sedaily.com

김정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