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린탄(white phosphorous)은 폭발력 자체는 그리 크지 않지만 인체에 미치는 피해가 끔찍해 ‘악마의 무기’로 불리고 있다. 하늘에서 시뻘건 불길이 비 오듯 떨어지는 모습을 빗대 ‘강철비(steel rain)’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백린탄은 섭씨 60도의 낮은 온도에도 발화해 4,000~5,000도까지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다. 물을 부으면 오히려 더 넓게 퍼지면서 강한 열을 발생시키고 다량의 유독성 물질을 내는 특성을 갖고 있다. 무기로 사용될 경우 직접 접촉한 피부는 물론 주요 장기까지 손상을 입게 마련이다. 제네바협약에서 백린탄을 인명 살상용으로 금지하는 대신 연막탄·조명탄 용도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것도 이런 이유다.
백린탄은 19세기 아일랜드 민족주의 단체인 페니언단이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페니언단은 독립투쟁 과정에서 아황화탄소를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백린탄을 만들어 ‘페니언의 불’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니게 됐다. 그 후 영국에서 76번 특수 소이탄이라는 이름을 붙여 탱크 공격용으로 최초 개발됐고 과거 베트남전과 이라크전에 등장해 악명을 떨치게 됐다.
미국이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즈조르주의 소도시 하진에 백린탄을 투하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은 러시아군 소식통을 인용해 미 공군 F-15 전투기 2대가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거점을 백린탄으로 공습해 큰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군은 백린탄 사용을 공식 부인하고 있어 진실공방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비인도적인 살상무기를 둘러싼 논란을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정상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