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상도유치원 붕괴 후 첫 등원 가보니] "유치원 건물과 함께 마음도 무너졌죠"

인근 상도초교 종일반 수업에

등원 대상 58명중 10명만 나와

학부모들 "불안해도 대안 없어"

"관계당국 왜 사과않나" 성토도

건물 붕괴 사고가 난 서울 상도유치원의 원아가 10일 오전 보호자와 함께 대체 수업 장소로 지정된 서울상도초등학교로 등원하고 있다./연합뉴스건물 붕괴 사고가 난 서울 상도유치원의 원아가 10일 오전 보호자와 함께 대체 수업 장소로 지정된 서울상도초등학교로 등원하고 있다./연합뉴스



“초등학교로 등교하니까 좋아요?”

서울 상도유치원 건물 붕괴 사고 후 첫 등원일인 10일 상도초등학교에서 만난 최모(5)양은 기자의 질문에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치원이 초등학교 건물을 빌려 ‘에듀케어(종일반)’ 수업을 열었지만 등원 대상 총 58명 중 10명만 유치원에 나왔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유치원에 도착한 부모들도 “대안이 없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당장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대체 환경을 알아볼 시간도 비용도 부족한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


등원 개시 한 시간 전인 이날 오전7시. 유치원 건물 붕괴로 대체 수업 장소가 된 초등학교 앞은 스산한 느낌이 들었다.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고 학교 출입은 관계자에 의해 전면 통제됐다. 권병진 상도초등학교 교장은 “초등학교는 오늘 임시 휴업하기로 결정했으며 인터뷰는 일절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권 교장은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한 유치원 종일반 2개 학급(원아 58명)과 초등학교 돌봄교실 4학급(학생 100명)은 수업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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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등원자인 한 남자아이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올라왔던 때가 8시5분이었다. 빨간색 반팔 윗도리를 입은 아이는 기자가 인사하자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지만 어머니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아이를 등원시키기 꺼려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어머니는 “대안이 없다. 출근해야 해서 빨리 가야 한다”고 말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했다.

초등학교 돌봄교실을 포함해도 등교·등원 학생은 약 10분에 한명꼴로만 나타났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함께 초등학교에 도착한 신모(38)씨는 출근을 위해 9시까지 용산에 도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안하기는 한데 당장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오후7시인데 돌봄교실은 오후4시에 끝난다. 이후에는 태권도 등 학원에 보내야 한다”며 돌봄교실에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몇몇 학부모는 구청·교육청·학교가 공식적인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6세 딸을 등원시킨 어머니 김모(39)씨는 “우리 집에서 유치원이 보이는데 유치원 건물이 무너질 때 마음이 같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학교와 유치원이 너무 가까워서 (등원시킬지 말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맞벌이를 하고 있다는 김씨는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게끔 하기 위해 남편이 이날 연차를 제출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아이 어머니는 “학부모들이 총회를 열며 학교와 유치원 측의 대응 방안을 듣고 있다”며 “학부모에게 직접 전달된 대처나 대응 방안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관계 당국이 왜 직접 사과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분개했다. 교육청 측이 발표한 이날 오전9시30분 기준 상도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총 등원·등교 인원은 총 122명 가운데 각각 10명과 19명에 불과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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