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 사야겠다.”
어느 주말 서재에서 강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TV 홈쇼핑 채널을 보던 아내가 소리쳤다. 그리고 다시 조용해졌다. 저녁 식사를 하며 넌지시 물어봤다.
“아까 홈쇼핑에 필요한 제품이 나왔어요? 주문했어요?”
아내는 고개를 저었다. 평소에 찾던 용도의 청소도구였는데 구매 직전에 포기했다고 한다. 왜 그랬냐고 물었다. 구매 버튼을 누르기 직전, 정말 괜찮은 제품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했다고 한다. 조회 수가 높고 댓글이 많이 달린 블로그 글을 찾았는데 대상 제품의 문제에 대처하는 회사 측의 문제점이 위트 있는 문장과 함께 올라와 있었다고 한다. 제품을 처음 사용하자마자 문제가 생겨 제조사에 문의를 했더니 고객 과실이라며 수리나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던 모양이다. 글쓴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듯 사용 후기를 사진과 함께 꼼꼼히 정리해놓았다. 이대로라면 확실히 제조사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많은 댓글이 달려 있었고 많은 사람이 감사 인사를 남겼다.
‘하마터면 구입할 뻔 했어요’라고.
회사가 고객 문의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대처했으면 어땠을까.
유명한 소비자 행동 모형의 하나로 AIDMA 모델이 있다. 1920년대 롤런드 홀 박사가 제시한 모델로 소비자가 제품을 인지해 구매에 이르기까지의 핵심과정을 제시한 것이다. 여기서 AIDMA는 주목(Attention)-흥미(Interest)-욕구(Desire)-기억(Memory)-구매 행동(Action)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소비자는 보통 제품의 광고를 보고(주목) 흥미를 느끼면(흥미) 구매하고 싶은 생각(욕구)이 들고 그 제품을 기억해놓았다(기억)가 매장에서 구매(구매 행동)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각 단계에서 자사 제품이 그렇게 되도록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실행하게 된다. 그런데 인터넷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이 모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일본의 광고회사 덴쓰는 현재 소비자 행동에 맞게 AISAS 모델을 제시했다. AISAS는 주목(Attention)-흥미(Interest)-정보 수집(Search)-구매 행동(Action)-정보 공유(Share)의 첫 글자다. 소비자가 제품 정보를 접하고(주목) 흥미를 느끼는(흥미) 것까지는 기존 모델과 동일하다. AIDMA와 다른 점은 흥미를 느낀 소비자들이 인터넷 검색(정보 수집)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써놓은 후기나 비교 글을 보며 결정적인 구매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구매 의사가 확정되면 곧바로 (많은 경우 인터넷을 통해) 구매(구매 행동)하게 된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다수의 소비자가 제품 구매에 대한 후기를 남긴다(정보 공유). 현대 소비자는 정보 수집을 통해 구매 의사를 결정하고 구매 후에는 정보 공유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정보 수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앞서 사례로 든 청소도구 회사는 TV 홈쇼핑을 통한 노출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소비자 행동 패턴을 고려했어야 했다. 소비자들은 구매 의사결정을 자사가 제시한 정보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통해 보다 결정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제품 판매가 진행 중이라면 AISAS 모델의 각 항목을 단계별로 나누어 자사 마케팅 전략이 효율적으로 수립돼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면 좋을 듯하다. sungjucho@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