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가치가 예상을 뒤엎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진정세를 보였지만 또 다른 신흥국 통화위기의 진원지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통화가치가 또 한 번 급락하며 시장의 위기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러시아는 신흥국 위기에 미국의 경제제재 우려가 겹치면서 지난 2014년 말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13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전날보다 3.46% 급락한 달러당 39.6페소에 마감돼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로는 무려 53%의 낙폭을 보였다.
이날 페소화는 지난달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 대비 3.9%를 기록하며 올 들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는 소식에 낙폭을 키웠다. 아르헨티나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조기 지원을 긴급 요청하고 정부 부처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의 비상 긴축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페소화 가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국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브라질 헤알화 가치도 2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날 헤알화 가치는 전날보다 1.21% 떨어진 달러당 4.196헤알에 마감됐다. 이는 1994년 화폐개혁 ‘헤알 플랜’ 도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3주 뒤 대선을 앞두고 커지는 불확실성이 헤알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지만 에두아르두 과르지아 브라질 재무장관은 이날 “최근 달러화 강세는 (정치적 불확실성보다)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헤알화 가치 방어를 위한 정부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14일 다수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연 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2014년 크림반도 병합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로 몰아닥친 시장 혼란 이후 처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흥국 통화위기와 서방의 경제제재에 영향을 받아 최근 들어 크게 가치가 추락한 현지 통화 루블화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