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14일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합의 소식을 듣고 “만감이 교차한다”며 “이제는 한국 사회가 왜 정리해고라는 칼날 앞에 극한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가 옳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노조 무력화, 노조 파괴 정책의 대표적 사업장인 쌍용차 사태가 매듭지어진 상황인지라 만감이 교차했다”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쌍용차에 20년 넘게 몸담으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지방 일정 탓에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쌍용차 해고사태 관련 희생자 분향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자리하지 못했다.
한 전 위원장은 “어젯밤 복직 합의 직후 창문을 열어놓고 지난 9년을 돌아봤다”며 “한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국민으로부터 권력이 나온다면서 왜 우리가 국가폭력의 희생양이 돼야 했는지에 관해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해고자 복직은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결과일 뿐,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그는 “(쌍용차 해고자 복직은) 촛불을 들어 올린 1,700만 시민이 바라는 세상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이제는 왜 한국 사회에서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는지 등에 대한 물음으로 되돌아가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어 “노동자가 단결해 싸우는 것은 당연한데 왜 폭도로 내몰리는지, 또 이 사회의 안전망은 무엇 때문에 작동하지 않는 건지를 언론이 새롭게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제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자기 권리를 주장하며 당당하게 하나 돼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며 “노동자 중 최소 560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근로기준법 적용도 못 받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걸 쌍용차 투쟁하면서 느꼈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기쁘게 일하겠다”며 “더 낮은 곳, 더 어려운 곳에 있는 노동자 시민을 위해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