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는 원래 제약이 많았지만 이번 대책으로 1주택 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습니다. 대출규제도 사실상 부유층은 영향이 없고 대출이 필요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주는 만큼 최소한 실수요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이번 정부의 ‘9·13 주택시장안정대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번 대책은 다주택자 규제 외에 1주택자도 규제에 포함시킨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집 한 채가 아닌 추가 주택을 사는 것을 불편하게 만들어 주택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서울과 지방의 한 채를 동일시해 똑같은 대출규제를 적용한 것과 부부합산소득 1억원 이상 1주택자에 대해 전세대출 보증을 제외한 것 등은 논란이 되고 있다. 아울러 추첨제 아파트 분양 방식이 바뀌면서 신규 분양을 통해 1주택자의 교체 수요가 사실상 어렵게 된 것과 조정대상지역 종합부동산세 차등 적용 등도 전문가들 우려하는 1주택자 규제다.
우선 1주택자 대출규제를 서울과 지방을 동일시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충북에 위치한 중견 제조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오면서 회사 근처에 전용 84㎡ 아파트를 1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실직 이후 새 직장을 구하는 사이 서울 전셋집의 계약기간이 만료된데다 아내도 임신해 전셋집을 전전하느니 집을 사는 게 낫겠다고 판단해서다. A 씨는 “인사에서 서울 본사로 발령이 날 수도 있고 아내도 출산 후 다시 일하기를 원해 서울은 어려워도 성남에서 집을 하나 얻어볼 계획이었는데 대출을 금지한다고 하니 막막하다”며 “지방 아파트를 서울 아파트와 같은 한 채로 볼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위 사례에서 보듯 비(非)조정대상지역인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권에 거주하는 실수요자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폭등세를 보인 서울 집값과 달리 지방 집값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지역이나 집값에 상관없이 집을 한 채라도 갖고 있으면 서울 등에서 사실상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어서다. 특히 지방에서 근무하며 수도권 진입을 노리는 직장인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 대출을 제한한 것도 금융시장의 상식을 깨는 발상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 가격 9억원으로 딱 잘라서 대출을 원천차단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며 “예컨대 9억원이 넘는 주택이더라도 8억원짜리 주택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는 대출을 내주도록 탄력적으로 정책을 만들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1주택자 전세대출 보증 제한에 대한 논란도 여전히 크다. 정부는 당초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상 가구에 대해 전세 보증을 제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시장의 반발이 커지자 이를 1억원 이상 가구로 올려 잡았다. 소득으로만 보면 이들 가구를 서민으로 보기 어렵지만 보유자산까지 포함해 생각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자녀 교육 등을 위해 이사 수요가 발생한 이른바 ‘흙수저’ 출신의 40대 이상 고소득 가구가 이번 규제에 실질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추첨제 아파트의 분양 방식 변경도 사정은 비슷하다.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애초 청약 1순위 자격이 없어 별다른 영향이 없지만 분양을 통해 주택형 넓히기와 지역 갈아타기를 준비 중이던 1주택자는 충격에 빠졌다. 특히 청약을 통해 집을 갈아타려던 1주택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크다. 현재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전용면적 85㎡ 이하는 100% 가점제로 산정해 유주택자의 경우 1순위 기회가 없지만 투기과열지구 내 85㎡ 초과 주택의 50%,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제외)에서는 85㎡ 이하 25%, 85㎡ 초과는 70%의 물량을 추첨제로 뽑아 1주택자도 당첨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추첨제 물량도 무주택자에게 우선 기회를 주면서 사실상 인기 지역에서의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자에게 3주택 이상 보유자와 똑같이 종부세율을 0.1~1.2%포인트 추가 과세하는 방안도 쟁점이다. 주택 가격이 같아도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세금을 물리면 과세 형평성은 물론 헌법상 재산권 침해 논란까지 나올 수 있어서다. 정부는 이에 대해 위헌 시비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법상 지역 간 차별을 둔 사례가 전에도 있기는 했지만 (세금 차이가 크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며 “특히 지금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지만 차후 가격이 떨어지면서 생각지 못한 차별적 결과가 나오면 토지초과이득세의 경우처럼 위헌 시비가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행령으로 정하는 조정대상지역에 법 개정사항인 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것 또한 논란거리다. 박 교수는 “법률상 위임을 통해 세율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납세자가 법령만 봐도 자신의 납부세액을 바로 알 수 있어야 좋은 세법인데 시행령으로까지 세율을 조정한다면 좋은 입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일범·박윤선기자 세종=빈난새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