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초격차]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권오현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넘볼 수 없는 초격차' 전략으로

삼성 '반도체 신화' 이끈 권오현

33년간 '승부사'로 통하며 익힌

구체적인 조직운영의 원리 담아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이자 ‘샐러리맨 신화’의 대표적인 인물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지난 10년 동안 탁월한 리더십과 경영 원칙으로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즉 어떤 회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초격차’ 기업으로 키워낸 일등공신으로 권 회장을 꼽는 데 주저함이 있을 수 없다. 삼성을 반도체 초일류기업으로 일궈낸 권오현은 어떤 경영자였을까? 고리타분한 회의 문화를 싫어하고 임직원과 소탈하게 소통하는 그를 두고 사람들은 ‘선비인 줄 알았는데, 승부사’로 평가한다.

반도체 신화를 일군 승부사 권 회장이 ‘초격차’를 통해 경영인으로서 자신의 면모와 삼성을 만든 원칙을 들려준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초격차’는 삼성의 전략이다. 2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 아예 추격조차 불가능하게 만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전략처럼 보이지만 그건 오해다. 권 회장은 진정한 초격차는 ‘승자독식’ ‘삼성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비교 불가한 절대적 기술우위와 끊임없는 혁신과 그에 걸맞도록 구성원들의 격을 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초격차의 궁극은 기술을 물론 조직, 시스템, 공정, 인재배치,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격(格)을 높이는 것이라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책은 권 회장이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삼성에 처음 입사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박사를 꿈꾸던 그가 어떻게 삼성의 경영인으로 거듭났는지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는 1960년대 초에 봤던 김산호의 만화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의 영향으로 박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고 한다. 주인공 라이파이 대신 라이파이가 필요한 비행체 ‘제비기’를 비롯한 다양한 장비를 척척 만들어주는 만능박사인 ‘윤 박사’가 되고 싶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당시 대부분 박사학위 소지자가 택하는 대학교수의 길을 가지 않았다. 무엇인가를 만들어 또 다른 ‘윤 박사’가 되어 보겠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1985년 삼성으로부터의 러브콜을 받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삼성 맨’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어릴 적 꿈 ‘윤 박사’의 로망을 향한 출발이기도 했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다고 선언한 지 2년이 흐른 후였던 당시 상황에 대해 권 회장은 “스탠퍼드에서 공학을 전공한 저조차 삼성이 메모리를 개발하겠다는 발표에 약간 의구심을 가질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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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회장 /연합뉴스권오현 회장 /연합뉴스


권 회장은 삼성에서 4Mb DRAM의 공정기술을 개발하는 업무를 맡았고, 1992년 개발팀장으로 있으면서 64Mb DRA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삼성 반도체가 메모리 분야의 선두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2017년에는 삼성이 반도체 산업 진출 34년 만에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업체 1위에 올라섰다. 한 마디로 ‘반도체 맨’ 권오현의 인생항로는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시련의 순간은 있었다. 반도체 개발을 하던 그에게 1997년은 인생의 변곡점이었다. 난데없는 IMF 구제금융으로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는 그가 영업 사업 부서에 배치된 것. 평생 해보지도 않은 일, 게다가 적자 부서에 배치된 그는 고민의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승부사’ 권오현에게 시련까지도 기회였다. 그는 당시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라는 생각으로 이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었다. 조언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아야 했고, 과감한 해결 방법을 시도해도 트집 잡는 사람이 없으니 자신의 경영 아이디어를 실험해 볼 기회로 삼은 것이다. 권 회장은 “더 나빠질 것이 없는 적자 사업부를 맡은 게 오히려 일종의 행운”이라고까지 평가했다.

권 회장은 개발자에서부터 영업 사업부에서 근무한 경험을 △리더 △조직 △전략 △인재 등 4가지 경영 핵심 키워드로 정리했다. 특히 리더의 본성, 실천 덕목, 일하는 방식, 책임과 의무 등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했으며, “조직의 원칙과 시스템은 조직도를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라” “부서가 부서장의 ‘사일로 왕국’이 되지 않도록 ‘제품 개발의 왕’을 ‘제조의 왕’ 자리에 앉혀라. 그것도 전광석화처럼 인사를 내라. 그러면 소통하지 않던 부서장도 어쩔 수 없이 부하 직원들과 소통할 것이다” 등 구체적인 조직 운영 원리 등이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1만8,000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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