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동화가 아니다?’ ‘제사상에 복숭아를 올리지 않는 이유는?’ ‘불곰은 어떻게 북극곰으로 변신해 살아남았을까?’ ‘차(茶)는 어떻게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았을까?’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그러나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들이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다양한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춘 인문학자도 모든 질문에 시원스레 답하기는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첨단과학기술이 세상을 뒤바꿔버릴 듯한 기세로 몰아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하필 왜 이런 인문학적 사고를 요구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일까.
최근 성장일변도로 달려온 삶에서 벗어나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과거 ‘패스트 팔로워(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자 이젠 ‘퍼스트 무버(선도자·first mover)’로 나서야 한다는 조바심이 크다. 이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게 바로 인문학이다. 특히 새로운 전략 모색의 핵심은 인문학에 바탕을 둔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에 있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세상을 활짝 연 스티브 잡스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기술혁신 사례는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가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의 전공별 고소득자를 살펴보니 철학·정치학·역사학 전공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미국 주간지 포브스의 기자 조지 앤더스는 “하이테크 시대에 인문학의 진가는 모호하고 조잡한 데이터에서 의미를 찾고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라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인재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막다른 길에 도달한 ‘대한민국호’도 그 답을 인문학에서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거세다. 도서관은 물론 인터넷에도 인문학 강연이 열리고, 기업에서는 다양한 전공의 인문학자를 초청해 자문을 구하고 있다. 하지만 뜬구름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인문학 공부는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막막하다는 하소연이 적지 않다.
인문학에서 휴식과 여유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자 하는 독자를 위해 맞춤 기획한 책이 나왔다. 총 3권으로 기획한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교과과정처럼 커리큘럼을 정해 매주 한가지씩 주제를 읽으며 사색과 성찰의 길로 안내한다. 문학·역사·철학 등 인문학 기본과목을 바탕으로 신화·음악·미술·영화·연극·심리치유·과학 등 총 36개의 주제로 구성, 다양한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했다. 인생을 항해할 때 멈춤·전환·전진이라는 방향타가 있듯 권별로 테마를 정했다. 먼저 나온 ‘멈춤’은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나를 둘러싼 세계와 마주할 수 있는 내용으로 꾸몄다. 2권의 테마는 전환이다. 한 번쯤 내 안으로 침잠하거나 돌아보기를 할 수 있는 주제들이다. 3권은 전진이다. 다시 일상의 시간으로 돌아가 세상 속으로 성큼성큼 나아가자는 의미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톨스토이·아리스토텔레스·다빈치로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살아가는 데 철학이 왜 필요한지, 인간은 왜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번아웃(burn out) 직전에 놓인 독자에게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노하우를 전한다. 아울러 서양 중심의 콘텐츠 산업에서 밀려난 동양신화를 환생시키고, 생태학에서 인간과 남녀평등의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도록 했다. 경제학으로 영역을 넓혀 학자들이 남긴 명언의 배경, 시대 상황을 소개, 경제사의 조류를 따라잡도록 이끌고, 평범한 일상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예술가의 비범함에서 창의력을 찾을 수 있다. 아울러 프랑켄슈타인,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과물성 등 내 안에도 낯선 이방인이 있을 수 있음을 고민하게 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자기계발을 염두에 둔 직장인 등 막막한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려는 누구라도 바쁜 일상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나만을 위한 인문학 수업에 몰입해 보자. 어디든 펼쳐 읽다 보면 부족했던 교양과 지식이 안으로 스며들게 된다. 잔에 물(교양과 지식)이 조금씩 고여 넘치는 순간, 당신은 ‘유레카’를 외치게 될 것이다. 권당 1만 7000원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