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금융사 '디지털 과외' 바람

"디지털 인력·경쟁력 키우자"

국민카드 등 민간 기관과 협력

빅데이터·AI 등 교육과정 개설

일과시간 때도 학원 수업 허용




금융사들이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핵심과제로 내세우면서 소속 직원들 사이에서도 때아닌 ‘과외’ 바람이 불고 있다. 회사 측의 지원 아래 정규 일과 시간에도 업무 대신 학원 수업을 받는 사례가 낯설지 않은 현상이 됐다는 평가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직무를 가리지 않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역량 강화에 나섰다. 상반기에만 23명의 직원들이 한 민간 교육기관에서 금요일·토요일 이틀간 풀타임으로 두 달 가까이 프로그래밍 관련 수업을 받았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레벨 4단계까지 구분해 수준별 교육을 민간 교육기관과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며 “레벨 1단계의 교육은 전 직원이 받았고 레벨 3·4단계의 고급 교육을 받는 직원들은 중국 선전시 등으로 해외 워크숍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가와 일부 학원에는 이처럼 금융회사들의 직원 재교육 의뢰가 끊이지 않는다. 성인 실무교육 업체 패스트캠퍼스 관계자는 “머신러닝 등 디지털 능력을 키우는 수업을 듣는 금융회사만 8곳에 이른다”며 “해당 교육 과정은 시간은 물론 비용 역시 수백만원을 웃돌 정도로 비싼 편이지만 참가 열의가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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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역시 금융사들의 넘치는 교육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원장은 “교수들 정원은 정해져 있는데 4대 시중은행 등의 교육 문의가 끊이지 않아 부득이하게 거절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은 올해 초 KEB하나은행 부행장급 임원 4명 등 고위 직군 40명을 대상으로 6주간 금토 양일에 걸쳐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관련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NH농협은행 소속 직원 33명과 범농협 직원 10명을 포함한 총 43명을 대상으로 4개월간 주2회 열리는 빅데이터 분석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 고려대와 협력해 디지털금융공학 대학원 과정을 개설한 신한금융지주는 지주·은행·카드·생명 등에 소속된 직원 62명을 대학원으로 파견했다. 이들은 빅데이터, 디지털마케팅, 인공지능, 클라우드와 보안, 블록체인 등의 분야에서 프리 코스(pre-course) 3개월 후에 정규과정 2년을 거쳐 최종 논문 프로젝트를 발표한 다음 졸업할 예정이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최근 신입과 경력채용 과정에서 디지털 전문 인력을 워낙 우대하다 보니 기존 직원들 사이에서도 위기감이 상당하다”며 “평일 저녁과 주말까지 이어지는 각종 수업이 부담은 되지만 도태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참여 열기가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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