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추문이나 횡령 등 각종 비위를 저질러 자리에서 물러난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수백억원의 퇴직금을 챙겨 가는 행태가 수년간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글로벌 기업들의 이 같은 행태를 보도했다.
FT는 최근 성폭력 의혹으로 지난 9일 미국 CBS 방송 CEO 자리에서 물러난 레슬리 문베스의 퇴직금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받기로 했던 퇴직금은 1억2,000만 달러(약 1,34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지난 6월엔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전 인텔 CEO가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퇴진했으며, 영국 최대 광고회사 WPP의 마틴 소렐 전 CEO는 회사자산 유용과 성희롱 때문에 지난 4월 사임했다.
당시 크르자니크와 소렐이 받은 퇴직금 액수는 각각 4,200만 달러(약 469억원), 2,500만 달러(약 279억원)에 이른다.
미국 의류회사 아메리칸어패럴은 설립자이자 CEO였던 도브 차니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지 1년 만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하지만 차니는 자신을 해임한 회사의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되찾으려고 헤지펀드 ‘스탠더드 제너럴’과 손잡고 2,000만달러(약 223억원)를 빌렸다.
마크 허드 전 휴렛팩커드(HP) CEO, 로저 에일스 폭스뉴스 설립자 또한 성 추문에 휘말려 각각 2010년, 2016년 회사를 떠나면서 퇴직금으로 5,300만 달러(약 592억원), 2,500만 달러(약 279억원)를 챙겼다.
사기와 절도죄로 지난 2005년 징역 8년형을 받은 데니스 코즐로우스키 전 타이코 인터내셔널 CEO만 유일하게 배상금으로 1억6,700만 달러(약 1,866억원)를 지불하면서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했을 뿐이다.
FT는 미투 운동의 시대에 불명예 퇴진과 억대 퇴직금을 함께 챙겨 달아나는 CEO들의 명단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