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 시내를 달리다 보면 자동차와 오토바이 여러 대가 한 차선 안에 서로 뒤엉켜 운행하는 위태로운(?) 광경이 심심치 않게 연출된다. ‘오토바이 나라’답게 베트남에는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훨씬 더 많다. 베트남의 오토바이 등록 대수는 4,500만대로, 300만대 수준인 자동차의 15배나 된다. 지난해 기준 전체 가구 수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자가용 운송수단에 대한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는데, 비교적 저렴한 오토바이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현지인들은 전한다.
급증하는 오토바이 숫자는 베트남의 소득 증대와 빠른 도시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경제적 여유가 조금씩 생기면서 소비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인명과 재산의 안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보험을 위시한 금융산업 성장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실제 오토바이와 건강보험 가입자 증가는 베트남 보험 시장 성장의 견인차다. 베트남 인구의 10%, 인구총생산(GDP)으로 따지면 2%만이 보험(생명+손해)에 가입했다.
싹을 틔우기 시작한 베트남 보험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회사가 바오비엣홀딩스다. 지난 1965년 설립된 바오비엣홀딩스는 1,700만 가입자와 베트남 전국 200개 지점을 둔 명실상부 1등 보험사다. 올해 상반기 바오비엣홀딩스의 연결 매출액은 작년 상반기보다 38% 증가한 20조8,120억동(약 1조원)이며 자산 규모는 100조5,680억동(약 4조8,600억원), 시가총액(지난 7일 기준)은 64조8,320억동(약 3조1,380억원)이다. 국내에서도 주목도가 높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바오비엣홀딩스는 올해 외국인 순매수의 20% 이상을 자사 고객들이 차지해 수익을 얻은 종목”이라고 소개했다.
대다수 현지 기업처럼 국영으로, 베트남 재정부와 투자공사가 총 지분 72%를 들고 있으며, 외국인 주요 주주는 일본 스미모토 라이프(10.51%)다. 지주사인 바오비엣홀딩스가 생보사(바오비엣 라이브), 손보사(바오비엣 인슈런스), 바오비엣 펀드를 100% 소유하는 형태이며, 증권사(바오비엣 시큐리티스) 지분 59.92% 등도 보유하고 있다.
창업 초기 손해보험사로 시작했고, 1996년 회사로서는 물론 베트남을 통틀어서도 최초의 생명보험 상품을 선보이며 종합 보험사가 됐다. 현재는 80개의 손해보험, 55개의 생명보험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응우옌 안 투안 바오비엣홀딩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경쟁사에 비해 영업·판매망이 탄탄하고 분야 간 교차 판매가 가능한 것이 바오비엣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바오비엣홀딩스는 생보와 손보 두 분야 모두 베트남 점유율 1위다. 손해보험의 경우 바오비엣을 포함해 현지 보험사 18곳과 미국 AIG, 호주 QBE, 삼성화재 등 외국계 12곳 총 30개의 회사가 베트남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15개 손보사가 영업하고 있는 한국과 비교하면 경쟁 강도가 세다. 이 가운데 바오비엣홀딩스의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21.2%로 가장 높고, 그 뒤를 PVI(16.1%), BMI(8.2%), PTI(7.1%) 등 현지 손보사가 잇는다. 점유율 성장률로 따지면 바오비엣홀딩스는 23%로 경쟁사를 압도한다. 올해 상반기 바오비엣홀딩스의 손보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5.6% 증가한 5조3,060억동이며, 특히 오토바이와 건강(헬스케어) 부문이 각각 33.2%, 41.2% 큰 폭으로 성장했다.
생명보험 시장에서는 영국 프루덴셜(24.5%), 캐나다 매뉴라이프(12.4%), 일본 다이이치(11.2%) 등 18개의 외국 생보사의 득세 속에서 토종 생보사로서 점유율 1위(26.3%)를 기록하고 있다. 바오비엣홀딩스 관계자는 “지난 5년 간 바오비엣 생명부문의 이자율은 통상 생보 상품의 경우 8.75~10.5%, 투자 연동 상품은 6.5~10%로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