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추락사고는 부품 결함이 원인인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내려졌다.
결함 부품의 명칭은 ‘로터 마스트’로 엔진에서 동력을 받아 헬기 프로펠러를 돌게 하는 중심축이다. 이 부품의 제조공정상 문제로 균열이 발생해 사고 헬기의 시험비행 때 이륙 4~5초 만에 메인로터(주회전날개)가 떨어져 나가며 추락했다는 것이다.
마린온 추락사고의 원인을 조사해온 ‘민·관·군 합동 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고조사위)는 지난 16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중간조사 결과를 유족 측에 전했다. 마린온은 지난 7월 17일 포항공항에서 정비를 마치고 정비상태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시험비행 중 추락해 헬기에 탑승했던 해병대 장병 5명이 순직했다.
지난달 8일 출범한 사고조사위는 핵심부품 결함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해왔고, 조사 결과, 에어버스 헬리콥터에 부품을 납품한 유럽의 하청업체가 제조과정에서 열처리 공정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해당 부품에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하청업체는 제조공정상의 문제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어버스 헬리콥터는 마린온의 원형인 육군 기동헬기 ‘수리온’의 국내 개발 과정에 기술제휴 업체로 참여한 바 있다. 또 이번에 문제가 된 부품은 마린온 헬기는 물론 수리온에도 장착된 것으로 알려져 수리온 계열 헬기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사고 당시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것은 헬기가 거꾸로 추락해 화재가 발생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사고조사위는 2016년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슈퍼 푸마’ 추락사고 당시 조사에 참여한 외국 전문가 등을 초청해 중간조사 결과의 검증 작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에어버스 헬리콥터가 제작한 슈퍼 푸마 헬기도 2016년 이번 마린온 추락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슈퍼 푸마 사고의 원인은 메인로터의 동력전달을 담당하는 기어박스(KGB) 내 기어 8개 중 1개가 피로균열로 파괴됐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다만, 일각에선 사고 헬기의 설계상 문제는 없었는지, 헬기에서 발생한 진동이 부품 균열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 헬기 시험비행 때 병사가 탑승한 것은 규정상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군 당국은 오는 17일 마린온 추락사고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갑자기 21일로 미뤘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