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北비핵화 물꼬 틀 실질적 조치를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부터 2박3일간 평양 방문길에 오른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최소 두 차례 정상회담을 열어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한다. 문 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3대 의제로 군사적 긴장 완화와 북미 비핵화 대화 촉진, 남북관계 개선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통해 국제정세에 흔들리지 않는 항구적인 평화를 얻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평화체제를 구축하고자 하는 뜻은 이해가 간다. 문제는 3대 의제가 밀접하게 연결돼 어느 한 가지만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합의사항을 잘 이행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남북관계만으로는 얽히고설킨 문제를 다 풀 수 없다. 한반도의 가장 큰 현안인 북한 비핵화 문제만 하더라도 한미와 북미·남북 모두의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 그러잖아도 미국은 최근 남북관계가 너무 앞서나가는 데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방북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미국이 대북제재 위반을 다루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한 것은 이 점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다.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방북하는 것과 관련해 미 국무부가 “유엔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기 바란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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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이 이번 방북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비핵화 진전이다. 4·27과 5·26 정상회담에서 남북은 비핵화를 향한 큰 방향을 잡았지만 4개월이 넘도록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여정은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과거에도 숱한 합의를 했지만 검증단계에서 번번이 틀어진 전례를 보지 않았는가. 이제는 북한이 하루빨리 핵 물질 신고와 검증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 이게 순조롭게 진행되면 종전선언에 이은 평화체제 구축은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된다. 문 대통령이 진정 전쟁 없는 한반도를 원한다면 북핵이라는 가장 큰 위협부터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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