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가 강성노조의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임금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코레일의 경우 경영진 내부에서 ‘꼼수 근무’ 의혹을 제기하자 노조 소속 기관사들이 대체근무를 하지 않겠다고 압박하면서 승객 안전을 볼모로 한 행태에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도 ‘전자동운전’ 중단을 요구하는 천막시위를 100일째 이어가면서 시민의 발인 지하철을 둘러싼 우려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코레일 철도 노조, 동료도 승객도 ‘나 몰라라’=17일 노동계와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13일 임금교섭이 결렬된 가운데 철도노조는 ‘휴일 지키기’ 운동을 하겠다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기관사의 경우 근무 특성상 요일에 상관없이 휴일(오프)을 정하고 직원끼리 근무를 교대하는 ‘교번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연차·병가 등으로 공석이 생기더라도 휴일인 직원이 이를 대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서울지하철 1호선 운영의 80%를 담당하고 있어 노사 관계가 뒤틀릴 경우 지하철 운영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철도노조의 압박은 지난달 경영진 회의에서 나온 기관사들의 ‘꼼수 근무’에 대한 지적에서 비롯됐다. 당시 한 경영진이 임금교섭을 앞두고 몇몇 기관사들이 고의로 연차·병가를 번갈아 사용하고 동료가 대체근무를 들어오는 방식으로 휴무와 동시에 수당까지 챙기는 행태를 지적했다. 이 소식을 접한 기관사들은 대체근무를 하지 않고 휴일에 쉬는 ‘휴일 지키기’ 운동을 하겠다고 발끈했다. 열차 운행 차질을 염려한 경영진이 노조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휴일 지키기 운동이 현실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본부 내근 직원과 역무원들 사이에서는 “기관사만 격무에 시달리는 것이 아닌데 노조가 지나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코레일은 노조의 휴일 지키기 운동이 실행될 경우에 대비해 기관사 업무가 가능한 내근 직원을 동원할 계획까지 세웠다. 노조는 임금교섭에 진전이 없으면 다음달 말 경고파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전자동운전’ 놓고 교통공사 노조는 100일째 농성=서울지하철 1~8호선 운영사인 서울교통공사의 1노조가 진행하고 있는 시청 앞 천막농성도 지난 6월11일부터 100일간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6월부터 공사가 지하철 8호선에서 시범 운영 중인 전자동운전을 문제 삼고 있다. 기존의 자동운전은 차가 출발한 후의 운전만 자동화했다면 전자동운전은 출입문 개폐까지 시스템화하는 방식이다. 노조는 “공사가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공사는 출입문 개폐 시 기관사가 승객의 출입을 관리할 수 있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데다 기관사 1명은 상시 배치돼 인력 문제와는 아예 상관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공사는 노조가 장기근속자 3,810명의 승진을 위해 ‘무인화’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복되는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의 노사 갈등에 서울시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서울시가 직접 개입하면 경영권 침해 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내버려두면 파업으로 인한 지하철 운영 차질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4일 천막농성장을 찾아 “노사 모두 절반씩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피력했다. /변재현·임진혁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