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법원 기밀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했다가 검찰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파기한 유해용(52)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이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 관련 압수수색 영장을 대부분 기각하고 있는 가운데 이 구속영장이 발부될 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한동훈 3차장검사)은 18일 유 전 연구관에게 공무상비밀누설·직권남용·절도와 개인정보보호법·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 전 연구관은 2014년 2월부터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내면서 재판연구관들이 작성한 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 수만 건을 모은 뒤 올해 초 법원을 퇴직하면서 무단으로 반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의 기밀 무단반출 혐의와 관련해 “유 전 연구관이 대법원 근무 당시 USB(이동식 저장장치)에 문건들을 담아오라고 했다”는 후배 재판연구관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번 구속영장 청구에 유 전 연구관이 문건 무단반출 혐의의 증거를 인멸한 사정도 감안했다. 그는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세 차례 기각되는 사이 문건들을 모두 파쇄하고 PC 하드디스크를 파기해 내다버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러한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이 대법원 근무 때 관여한 숙명여대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이의 소송을 변호사 개업 이후 수임한 사실을 확인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다만 유 변호사 측은 “사건 배당, 연구관 지정, 보고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 사건 접수만으로 관여했다고 본다면 연간 2만 건 넘는 사건을 취급한 것이 돼 상식에 어긋난다”며 변호사법 위반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
이외에도 유 전 연구관은 2016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 측의 특허소송 관련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법원행정처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도 받는다.
한편 검찰은 최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장검사를 비롯해 특수2부·방위사업수사부 검사 일부를 수사팀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서울중앙지검 특수1·3·4부를 포함한 사법농단 수사팀은 30여명 선으로 늘었다. 이는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2016년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에 맞먹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