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도 등 신흥국 증시 부진으로 국내 대다수의 신흥국 펀드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부동산투자 비중이 높은 펀드들은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흥국 펀드들은 연초 이후 10%가량 손실이 난 상태지만 부동산 개발·금융 관련 기업에 투자한 펀드는 서서히 회복하는 모습이다.
1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5개 베트남 펀드 중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펀드(3,221억원)’는 최근 1개월간 1.35%의 수익을 냈다. 지난 4월 베트남 증시가 폭락하면서 손실이 커졌는데 최근 일주일 사이 3.12%의 성과를 내며 실적을 만회하는 모습이다. 순자산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유리베트남알파펀드(1,104억원)’의 수익률은 2.10%이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베트남펀드’도 최근 한 달간 1.59%의 수익을 기록하며 힘을 내고 있다.
한 달간 반등에 성공한 베트남 펀드들의 공통된 비결은 ‘빈그룹(Vingroup JSC)’ 투자다. 빈그룹은 건설·임대·호텔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베트남 증시 시가총액 1위의 부동산 기업이다. 아파트나 주택을 짓는 ‘빈홈(Vinhomes)’과 임대사업을 하는 ‘빈콤(Vincom)’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베트남 증시가 하락하기 시작한 3~6월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펀드에서 빈콤 투자 비중을 5.92%에서 7.11%로 높였다. 이후 상장한 빈홈에도 투자해 7월 기준 빈그룹 투자 비중이 16%에 달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펀드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많은 9.81%를 빈홈에 투자했으며 부동산 업종 비중을 3월 말 15.52%에서 6월 말 25.7%까지 늘렸다.
인도 펀드 역시 고전 중인 가운데 부동산에 주목한 펀드가 홀로 성과를 내고 있다. ‘피델리티인디아펀드’의 경우 최근 3개월간 2.23%의 수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국내 인도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2.45%인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선방이다.
피델리티인디아펀드는 포트폴리오의 10.23%를 장기주택대출을 제공하는 하우징디벨롭먼트파이낸스에 투자해 수익을 거뒀다.
김형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의 경우 핵가족 확산, 가계소득 증가 등으로 주택 소유 욕구가 늘어나 부동산 관련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비용 부담이 낮은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중저가 아파트를 분양하는 빈홈·노바랜드 등의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