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평양 남북정상회담]文, 비핵화 결단 요청했지만...金, 시간표 제시 여부는 '물음표'

■비핵화-종전선언 빅딜 돌입

형실·절차에 얽매이지 않고

文·金 바로 비핵화 방안 논의

文 "트럼프와 다시 만나라"

꼬인 북미관계 중재에 주력

金 "우리만 불가역적 조치"

美에 섭섭함 내비치기도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포옹하고 있다. 김정숙 여사는 리설주 여사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맞잡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문재인 대통령이 18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포옹하고 있다. 김정숙 여사는 리설주 여사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맞잡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정상은 지난 2000년과 2007년 때와 달리 문재인 대통령 방북 첫날부터 정상회담을 열어 비핵화 ‘빅딜’ 도출을 위한 담판에 돌입했다. 양 정상은 18일 평양에서 오후3시45분부터 5시45분까지 첫 번째 정상회담을 열었다. 2000년과 2007년 우리 대통령 방북 때는 모두 둘째 날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이번에는 첫날부터 개최됐다. 올해에만도 세 번째 만나 과거와 같은 신경전을 벌일 필요가 없고 북미관계 등에 대한 양측의 답답함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비핵화 △남북관계 개선 △군사 부문 등 세 가지 의제 중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석자도 우리 측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북에서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으로 최소화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공식 의제로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 남북회담 때는 비핵화가 큰 이슈가 아니었고 2007년에는 6자회담에서 전담했다.


북한이 비핵화 논의와 미국과의 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이례적이다. 북한은 과거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외국군을 모두 국내에서 철수시켰다. 남한도 자주성을 갖춰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해왔다. 문 대통령은 회담 전 방명록에 ‘평화와 번영으로 겨레의 마음은 하나!’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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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방북 특사단에 전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비핵화를 완료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문 대통령에게 직접 밝힌 것으로 추론된다. 또 최근 일련의 비핵화 조치들이 북한으로서는 큰 결단인데 미국과 한국 등에서 이를 평가절하하는 데 대한 답답함도 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북한은 되돌릴 수 없는 풍계리 핵실험장,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기를 단행한 데 비해 미국은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한미훈련 중단 조치만 취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면서 북한이 미군 유해 송환 등 신뢰를 쌓기 위한 조치까지 했다고 강조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전달하는 데 집중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4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는데 이때의 대화 내용 및 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도 직접 전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우리 대북특사단이 받아온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정 실장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전달했는데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도 김 위원장에게 자세히 전했을 수 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기 등이 전문가의 사찰을 받지 않아 미국에서 완전히 믿지 못하는데 이는 적대관계가 70년이나 계속되다 보니 나오는 반응이라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추측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현 상황에 대해 “누가 먼저 행동에 나설지를 두고 서로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정리했는데 이에 대한 언급을 했을 수 있다. 그러면서 북한이 통 큰 결단을 내릴 경우 현재의 교착 국면을 돌파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적극 주선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북한이 행동에 나섰는데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중재자로서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하겠다고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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