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 모습을 묘사한 실과 교과서 삽화에서 다른 가족은 앉아있고 엄마가 과일을 가져오는 장면이 있는데요. 모두가 같이 앉아서 먹는 장면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중등 교과서 속에서 성차별적 장면을 발견했다는 한 네티즌이 정부에 의견을 보냈다. 그는 “삽화 아래 설명에도 ‘저녁 준비하는 어머니 도와드리기’가 아니라 ‘부모님 도와드리기’로 문장을 바꿔야 한다”고 건의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20일부터 18일 간 ‘교과서 속 성차별적 표현 개선 국민참여 공모’를 진행한 결과 국민 894명이 참여해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와 학습지, 유아용 교재에서 성차별 표현을 찾아냈고 대체 용어를 댓글로 제안했다고 19일 밝혔다.
국민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성차별 표현은 교과서 속 남녀 성별 고정관념이다. 전체의 68.7%인 614건을 차지했다. 딱딱한 말투를 ‘남성적’ 어조로, 부드러운 말투를 ‘여성적’ 어조로 지칭하거나 자녀 돌보는 사람을 여성으로만 묘사하는 교과서 서술방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남학생들이 로봇을 가지고 노는 반면 여학생들은 인형을 가지고 노는 장면이나, 남학생이 여학생을 괴롭히는 장면도 네티즌들은 “남녀 학생들에게 섣불리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며 다양한 성별 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녀의 공적 역할에 대한 서술방식도 280건 지적돼 전체의 31.3%를 차지했다. 역사교과서가 독립운동가를 서술할 때 여성을 포함하지 않거나 남성 위인의 조력자로만 소개한 방식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성화고 고졸 취업 준비자 대상 교육자료 속 ‘직장 내 성희롱’ 관련 내용도 현재 ‘피해자가 되지 않는 방법’만 서술돼 있어, ‘가해자가 되지 않는 방법’도 함께 다루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녀의 외모나 선호하는 색깔 등 일상 속 성별 고정관념도 139건(15.5%) 지적됐다. 도덕 교과서 속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책상다리를 하는 반면 할머니와 어머니는 무릎을 꿇은 자세로 앉아 있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영어 교과서 삽화에 등장하는 남성이 티셔츠와 바지 차림인 반면 여성은 분홍색 큰 리본과 레이스 치마, 어깨가 과장된 퍼프 소매의 옷차림을 한 부분도 남녀에게 옷차림과 색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줄 수 있다고 지적됐다.
여성가족부는 이번 국민 제안 주요사례를 전국 양성평등교육 시범학교 3개교에 우선 적용하고 청소년용 성평등 교육자료를 보완하는 데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건정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은 “아동·청소년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으면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해 교육자료의 성차별 표현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