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여신상을 아시는지. 우리가 익히 봐온 두 눈을 안대로 가린 채 왼손에는 저울을,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있는 조형물이다. 세계 각국에서 ‘정의’의 상징으로 여기는 이 여신상은 나라마다 생김새는 조금씩 다르지만 법을 통해 평등하게, 공정하게 판결을 내리겠다는 뜻은 일맥상통한다. 안대로 가려진 눈은 정의 실현을 위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평등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저울은 개인 간의 권리관계에서 공정의 기준을 상징하고 칼은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자들에 대한 제재를 의미한다. 여기서 우리는 정의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것’이라는 의미를 엿볼 수 있다.
바다에서도 정의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해양경찰은 정의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새로운 항해에 나섰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법과 원칙을 공정하게 적용하고 어떤 경우에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해 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려면 ‘깨끗하고 반듯한 해양경찰’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여기고 그 뜻을 1만3,000명의 가족에게 전달하고 있다. 스스로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청렴하고 정직한 사람만이 정의롭게 법 집행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불법조업과 해양오염, 각종 안전운항 저해행위 등 바다에서도 범죄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반칙 행위에 대해 법의 잣대를 공정하게 적용해 정의로운 결과가 나오도록 할 것이다. 실제로 외딴 섬마을, 염전, 항구와 포구, 선박 등 폐쇄적인 공간에서 열악하게 생존하는 국민들의 인권 침해 우려가 높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단속한 결과 외딴섬에서 지체장애인을 폭행하며 노동력을 착취한 악덕 고용주 등 1명을 구속하고 5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현장을 돌아보면서 이들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가 바로 해양경찰이 돼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들의 삶을 외면할 수 없기에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현장을 누빈다.
미국 사회에서는 마이클 샌델 교수가 하버드대 20년 연속으로 최고의 명강의를 했다고 평가했다. 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베스트셀러다. 미국에서 10만권이 팔린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200만부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한국 사회에서도 정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바다에서도 정의라는 가치를 가슴에 품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것이다. ‘억울한 국민이 없는 사회가 정의로운 세상’이라 여기고 우리가 앞장서 실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