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2월, 당시 전라남도 도지사였던 이낙연 국무총리는 “흑산도 공항 건설 등 전남의 미래를 바꿀 새로운 변화를 잘 살피고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에서는 공항 개항 첫 해에 현재의 무안공항보다 훨씬 많은 76만6,000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덧붙였다.
총리가 된 후에도 그의 바람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월에는 “부처 간 이견이 있지만 조정해 좋은 결론을 낼 것”이라고 했다.
그런 흑산공항 사업이 계속 표류하고 있다. 공항 건설을 결정할 국립공원위원회가 지난 19일 열렸지만 7월에 이어 또 다시 결론을 못 내렸기 때문이다. 다음달 5일 전에 다시 논의한다지만 결과는 예측불가다. 흑산공항의 고용유발효과는 1,100여명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사업조차 환경단체의 벽에 추진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는 지난 2013년 3월 내놓은 ‘흑산도 공항 건설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에서 흑산공항의 편익-비용비율을 4.38로 평가했다. 공항 건설에 따른 비용보다 이익이 4배 이상 많다는 뜻이다. 이후 계획보완과정에서 지난해 2.6, 올해 1.9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1보다 크다.
평가팀은 흑산공항의 지역 생산유발효과를 약 1,535억원, 고용유발효과는 1,189명으로 봤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이 전년 대비 3,000명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작은 수치가 아니다.
흑산공항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추진됐다. 당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추진하면서 국립공원에 소형공항을 만들 수 있게 했다. 흑산도의 경우 공항이 생기면 7시간가량 걸리던 서울~흑산도 이동시간이 1시간으로 줄어든다. 연 30만명인 관광객 수가 60만명으로 증가할 수 있어 주민들도 적극 찬성하고 있다.
문제는 환경단체다. 환경단체들은 흑산공항을 ‘제2의 설악산오색케이블카’로 규정짓고 사업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동아시아권 철새의 75%가 머무르는 생태보고가 파괴된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시민환경단체의 입김이 과도하게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7월 환경부는 설악산 환경 훼손 우려에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철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반려했다. 박근혜 정부 적폐로 몰렸던 오색케이블카 사업도 환경단체의 반발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환경에 대한 합리적인 우려는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문제가 있으면 바꾸면 되는데 혁신성장을 한다면서 시도조차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