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글로벌·아시아에 비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사회책임투자 비중을 축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의 성과가 부진해 기업과 운용사를 믿지 못한 탓이다.
20일 서울경제신문이 슈로더투신운용으로부터 입수한 ‘슈로더 글로벌투자자 스터디 2018’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포트폴리오에서 사회책임투자를 축소한 국내 투자자들이 2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30개국 약 2만2,000명 이상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글로벌·아시아 투자자 중 사회책임투자 관련 펀드 투자를 ‘약간’ 혹은 ‘상당히’ 줄인 비중은 5%, 투자를 중단한 경우는 1%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투자자는 같은 기간 24%가 투자 비중을 줄이고 3%는 아예 투자를 중단해 한국 투자자들의 사회책임투자 외면이 더 심각했다.
사회책임투자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투자자 비율은 글로벌 76%, 아시아 78%였고 국내는 69%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들이 사회책임투자를 경시하는 큰 이유는 부진한 성과다. 주요 운용사가 ‘사회책임투자(SRI)’ 간판을 걸고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대형주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니 펀드는 사실상 코스피·코스닥 지수 이상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 실제로 ‘마이다스책임투자’ 펀드는 포트폴리오의 26%가 삼성전자우·삼성전자·삼성SDI·셀트리온·SK하이닉스로 구성됐다. 이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35%에 그쳤다.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최근 1년간 전체 국내 SRI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90%에 머물렀다.
저조한 수익은 운용사 불신으로 이어졌다. 실제 설문조사에서도 글로벌·아시아 투자자들은 ‘펀드매니저가 기업의 뇌물 및 부패종결, 기업문화, 건전한 투자에 영향을 행사한다’고 보고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이에 대한 신뢰도가 비교적 낮았다.
하지만 최근 국내 기업의 배당성향이 높아지고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해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이어져 투자자들의 인식도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상철 슈로더 리테일 영업본부장은 “사회책임투자가 종목 선정 전략이 아닌 장기적으로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하고 펀드매니저가 기업 경영활동에 참여하는 활동을 의미한다”며 “사회책임투자를 충분히 이해하고 접근하면 장기적으로 보다 꾸준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