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1인당 평균 연봉이 한국투자공사(KIC)를 넘어섰다. 지난해 7.3%라는 깜짝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운용역들의 성과급이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불어난 영향이다. 통상 KIC 대비 2,000만원 가량 낮았던 연봉이 크게 오르면서 이른바 ‘전주 이전 리스크’ 충격을 흡수했지만 수익률이 1%대로 예상되는 올해 결산이 끝나면 운용역들의 ‘엑소더스’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해 기금운용본부 운용역 248명의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 2,167만원이었다. 8,882만원을 기록했던 2016년 대비 37% 늘어난 수준이다.
평균 연봉이 크게 늘어난 원인은 성과급이었다. 항목별로 보면 기본급이 7,540만원(전체 기본급 예산 187억원을 인원수로 나눈 금액)으로 전년 대비 4.7% 증가했다. 전체 예산의 증가율은 전년 대비 2.2% 늘었지만 인력이 소폭 줄면서 평균 급여액은 늘었다. 성과급은 4,627만원으로 전년(1,680만원)과 비교해 175.4% 폭증했다. 지난해 7.3%라는 깜짝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덩달아 성과급도 많아진 것이다.
성과급이 큰 폭으로 늘면서 공공 투자기관의 연봉 순위에서도 1위인 KIC를 제쳤다. KIC와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국민연금 기관관리본부 등 3개 기관의 1인당 연봉 순위는 통상 ‘KIC-외자운용원-국민연금’ 순이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역의 평균 연봉은 KIC의 80% 수준에 불과했다.
공공 투자기관의 한 관계자는 “KIC가 가장 리스크가 높고 수익률이 좋은 곳에 투자하기 때문에 연봉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외자운용원, 마지막이 국민연금”이라며 “그만큼 뛰어난 인력이 국민연금 운용역으로 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크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KIC의 경우 일반 행정업무 분야의 직원까지 더한 1인당 평균 급여액인 만큼 운용역의 연봉은 국민연금보다 더 높을 수 있다.
급증한 성과급 덕분에 지난해 전주 이전 리스크에도 기금운용본부의 인력유출도 예상보다 크지는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전주혁신도시로 이전한 이후 실장급 인력의 이탈은 컸지만 운용역의 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 현재 기금운용본부는 본부장을 비롯해 7명 운용실장 중에서 4자리가 공석이다. 실장급이 대거 이탈했지만 전체 인원 감소는 크지 않았다. 2016년 254명이었던 기금운용본부의 인원은 지난해 말 기준 248명으로 6명 줄어드는데 그쳤다.
문제는 수익률이 0%대까지 내려앉을 가능성이 있는 올 연말 이후다. 올해 상반기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0.9%에 불과하다. 처음으로 1억을 넘어섰던 평균 연봉도 성과급이 예년 수준으로 내려앉을 경우 다시 1억원 밑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장급에서 운용역으로는 확산되지 않았던 인력 이탈이 가속화 할 환경이 갖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