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 공군기지를 리모델링한 전기차 연구 시설이 몇 달 안에 완성됩니다. 오는 2021년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400여명의 연구팀이 다이슨의 기술 역량을 총동원합니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는 다른 혁명적인 전기차를 기대해도 좋습니다.”
다이슨 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인 제임스 다이슨의 전기차에 대한 의지는 명확했다. ‘혁신의 아이콘’인 다이슨이 선보일 전기차는 지금까지 상상했던 전기차의 영역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서면인터뷰에 응한 다이슨 창업자는 다이슨의 전기차 개발 전략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이슨의 미래사업 계획을 상세히 설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이슨 창업자는 “완성차의 콘셉트나 지향점에 대해 말하기는 이른 것 같다”면서도 “다이슨이 축적해온 배터리·모터 기술, 영상 데이터 처리 기술, 로봇 공학, 기류 제어 등이 모두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계속해서 관련 인재들을 채용하고 있다”면서 “짧은 시간 동안 이루기에는 꽤 야심 찬 계획인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다이슨의 전기차 출시는 지난 6월 잉글랜드 남부 월트셔 지역 맘스베리 본사에 있던 전기차 연구팀을 인근 휼라빙턴 캠퍼스로 이전하며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다이슨은 과거 공군기지였던 휼라빙턴 캠퍼스를 매입해 형태가 온전히 남아 있던 헬기 격납고 등을 연구시설로 개조했다. 이어 이르면 연말까지 추가 연구동 3개와 1만5,000㎡ 규모의 테스트 시설을 완공할 예정이다.
미국의 테슬라, 중국의 BYD 등 경쟁업체들이 후발주자인 다이슨을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와 모터 성능·기류 제어 등에서 다이슨이 놀라운 혁신을 계속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이슨은 비행기 날개에서 발생하는 기류 원리를 선풍기에 적용해 세계 최초의 ‘날개 없는 선풍기’를 선보였다. 시속 640㎞로 공기를 분사하며 손의 물기를 순식간에 날려버리는 ‘손 건조기’도 다이슨 작품이다. 다이슨은 업계 최고 수준의 모터 회전력과 배터리 지속력으로 무선청소기 시장을 장악했다.
1차 경쟁상대는 당연히 테슬라이다. 전기차의 경우 복잡한 내연기관과 수천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기존 완성차에 비해 훨씬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다. 다이슨이 배터리·모터 기술에 더해 커넥티드카,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에서 차별화를 꾀할 경우 전기차 업계 지형을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이슨 창업자는 “테스트 시설에서 역동적인 주행 성능 및 안정성 시험, 비포장 도로 실험, 언덕 및 커브 실험, 최고 속력 실험 등이 이뤄진다”면서 “전기차에 적용할 디지털 모터의 상표 등록도 마쳤다”고 설명했다.
다이슨 창업자는 전기차 이외에도 200개 이상의 프로젝트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시중에 판매 중인 제품의 업그레이드 모델일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영역의 제품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늘 다른 사람들은 시도하지 않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다”면서 “3월 다이슨 V10 무선 청소기를 출시하며 유선 청소기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모두 중단한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무선 청소기 시대를 선도한 것처럼 정보기술(IT) 기기 시장에서의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일례로 다이슨은 머리카락 건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헤어드라이어 ‘슈퍼소닉’으로 프리미엄 헤어드라이어 시장을 열었다. 냉·온풍이 모두 나오는 공기청정기의 인기도 일본을 시작으로 주변 국가에 확산 중이다.
다이슨 창업자는 후진 양성을 위한 남다른 노력으로도 유명하다. 다이슨은 2002년 제임스 다이슨 재단 설립 후 25개국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기초 과학 및 엔지니어링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젊은 엔지니어들의 아이디어를 발굴·후원하는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는 2004년부터 매년 진행 중이다. 지난해는 전액 장학금으로 운영하는 엔지니어링 전문 교육기관 ‘다이슨 대학’도 설립했다. 이 같은 지원의 이유에 대해 그는 “젊은 시절 어떤 은행도 아이디어만 보고 돈을 빌려주지 않았고 어떤 기업도 아이디어를 상업화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면서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많은 젊은이가 도전하고 싶어도 저와 비슷한 이유에서 망설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이슨 창업자는 “전 세계적으로 엔지니어 수는 여전히 부족한데도 젊은 세대들이 엔지니어보다 금융이나 기업가로의 미래를 선호하는 게 안타깝다”면서 “젊고 똑똑한 인재들이 엔지니어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크다”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