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가 취임 3개월 만에 전격 사임하면서 페소화 가치가 장중 5% 가까이 급락하는 등 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초긴축 재정정책과 세계 최고 수준의 고금리라는 극약 처방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조기 집행을 요청하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 총재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아르헨티나에 대한 금융시장의 불신을 한층 키울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가 ‘개인적 사유’로 사의를 표했다면서 그의 사퇴가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노력에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카푸토 총재의 사퇴 소식에 이날 달러당 페소화 가치는 장중 전일 대비 4.65% 급락한 39.15페소를 기록하는 등 시장의 불안을 반영했다. 피델리티의 폴 그리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IMF가 아르헨티나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할지 시장이 지켜보고 있다”며 “카푸토의 사임은 이보다 나쁠 때는 없을 정도로 좋지 않은 타이밍”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IMF와의 불화로 카푸토 총재가 물러났다는 주장도 나온다. FT는 IMF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카푸토 총재는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IMF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6월 페소화 폭락 사태의 책임을 물어 해임된 페데리코 스투르제네거 전 중앙은행 총재 후임으로 임명된 카푸토 총재는 JP모건 등 월가에서 10년 이상 일한 금융전문가로 마크리 정권에서는 재무장관을 지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새 중앙은행 총재에 기도 산들레리스 전 경제정책장관을 임명했다.
한편 현재 뉴욕에서 5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조기지원을 놓고 IMF와 논의를 벌이고 있는 아르헨티나 정부는 최대 50억달러 규모의 추가 구제금융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리 대통령은 24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IMF로부터 추가 지원을 받을 것”이라며 “현재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구체적인 액수를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