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균형발전 위배·부동산 상승 부작용 우려

서울 그린벨트 해제 -반대

김영곤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

● 수도권 과밀 방지·공공기관 추가이전정책과 배치

● 막대한 보상금이 되레 주변지역 가격상승 부추겨

● 공급까지 5년이상 걸려 집값안정 효과도 미지수

아파트를 짓기 위해 서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는 방안을 두고 찬반이 맞서고 있다.


지난 21일 정부가 내놓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서울 그린벨트 해제는 빠졌다. 정부가 주택 1만282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서울의 공공택지 11곳 모두 그린벨트가 아니다. 서울시 그린벨트는 시 전체 면적의 25%에 달한다. 국토부는 이미 훼손된 3등급 이하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서울시와 협의하고 여의치 않으면 협의 없이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서울시는 보존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해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벨트 해제 찬성 쪽은 도로 주변이나 위락지, 소규모 공장 밀집지역 등 이미 불법행위로 망가진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국민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서울 그린벨트 해제가 국토 균형발전 정책과 배치되고 막대한 토지보상금이 해제지역 주변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시작됐다. 정부 대책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투기로 인한 가격 상승 억제, 다른 하나는 주택가격 급등의 진원지인 서울 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주택공급으로 주택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중 특히 공급 문제를 해결하려고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인 서울시가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와 협의하지 못하면 직권으로 해제하겠다는 강경 대책까지 발표한 상황이다.


그러나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지만, 주택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이 그린벨트 유지다. 특히 서울 수도권에 그린벨트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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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그린벨트를 설정한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린벨트는 도시 주변의 녹지공간을 보존해 개발을 제한하고 자연환경을 보전하자는 취지로 지난 1950년대 영국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도시과밀 방지,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 보전, 도시민을 위한 여가생활용 용지 확보, 도시 대기오염 예방, 상수원 보호, 국가안보 등을 위해 1971년 서울지역을 시작으로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했다. 이후 도시지역 확산 압력에 따른 그린벨트의 전면조정을 거쳐 지금까지 단계적으로 해제작업을 진행해왔다. 즉 현재 그린벨트 구역 안에서는 건축물 신증축, 용도변경, 토지의 형질 변경, 토지 분할 등의 행위를 제한하고 있으나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한 목적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는 국민생활의 편익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로 허가권자의 승인이나 허가를 받을 경우 개발행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는 의견은 당연히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다른 문제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도시과밀화는 서울과 일부 수도권의 문제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진행해온 그린벨트 유지의 취지와 조정을 볼 때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 보인다. 집권여당은 서울 수도권의 과밀화를 방지하고 분산을 통한 균형발전을 위해 추가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현 정부에서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데 도시 확산을 허용하는 그린벨트 해제와 배치되는 방향으로 정책의 모순이 생기며 이에 따라 또 다른 불신을 야기할 것이다.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신뢰가 유지될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 더욱이 과거에도 토지보상으로 집행된 예산의 상당 부분은 인근 지역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가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순환 사이클을 경험했던바, 주택 가격 상승 위험을 잉태한 문제 역시 안고 가야 할 수밖에 없다.

산업·인구구조의 변화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규제로 인해 4차 산업혁명 구조로의 변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상태로 있을 수는 없다. 조만간 닥쳐올 산업구조의 변화는 과학기술, 특히 교통과 통신의 급격한 발전과 아울러 도시의 밀집화보다는 분산화·다양화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도시 기능을 변화시켜 날로 악화하는 수도권의 대기오염을 비롯한 환경 개선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서울과 인접 도시의 시민들도 좋은 환경을 누릴 권리가 있다. 오히려 이러한 미래를 대비해 그린벨트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인구감소와 저출산으로 인한 고령화 사회 역시 이제는 현실이 됐다. 정부 발표대로 개발과 공급이 진행된다고 해도 실질적인 공급이 실현되기까지 5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지금의 대책이 정말 필요할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 투기 근절 등으로 조절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주택정책은 없고 아파트 정책만 있는, 수없이 반복된 단기대책으로 시장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역 사정은 중앙정부보다 해당 지자체가 더 잘 파악하고 있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개발하는 것보다 시간과 돈을 절감하면서 주택 문제를 해결할 방안들을 해당 지자체와 함께 적극적으로 찾으면 된다. 특히 공공임대주택은 주거의 목적이 우선되지만 한편으로는 사회 인프라 역할을 한다. 이미 개발돼 잘 활용되고 있는 기반시설들과 연계하는 방법들을 찾아 주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린벨트에 대해서는 후세대를 위해, 그리고 산업·교육·보육·고령화 등의 변화와 아울러 총체적인 관점에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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