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대책 등 정부가 최근 발표한 부동산 대책들의 강도가 센 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는 분위기는 또 아닙니다. 매도자들은 아직 급할 게 없다는 생각이고 매수자들도 싼 물건이 있는지만 확인하는 정도입니다. 양측의 간극이 워낙 크다 보니 거래가 완전히 중단된 상태입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R공인 관계자)
정부가 수요억제책과 공급확대 방안을 연이어 꺼내놓자 서울 주택시장에서는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생각이 커 가격조정의 폭도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추석 연휴 이후 본격적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겠느냐던 일각의 예측도 현재로서는 빗나간 모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동안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지면서 숨 고르기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2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지난주(0.26%)보다 절반 넘게 줄어든 0.10%를 기록했다. 강남권(0.28%→0.08%)과 강북권(0.24%→0.12%) 모두 지난주보다 오름폭이 대폭 감소했다. 한국감정원의 한 관계자는 “매도자·매수자 모두 상황을 지켜보자는 생각에 거래가 중단되고 상승률도 크게 축소됐다”면서도 “다만 안정세에 접어들었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중개업소에서는 9·13 및 9·21공급 대책 이후 시장에 나타나는 가장 큰 변화가 ‘거래 중단’이라고 설명한다. 집주인들은 호가를 크게 내릴 생각이 없어 시세 조정폭은 크지 않은 대신 매수자들은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에 거래가 끊겼다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13대책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14~28일 서울 아파트 일평균 매매거래는 약 8.3건으로 대책 이전(1~13일) 일평균 거래량 112.5건보다 약 92.6%가 줄었다. 다만 계약일 이후 60일 신고기간을 감안하면 13일 이후 신고된 거래량은 소폭 늘어날 수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이동하 반포114공인중개 대표(서경 부동산 펠로)는 “9월 들어 집을 팔려고 고민하던 집주인들이 명절이 끝난 뒤 결정한다고 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면서 “매수자들도 문의가 뜸하고 조용히 지켜보기만 할 뿐”이라고 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사는 “엘스 전용 84㎡의 현재 호가 시세가 9·13대책 이전과 같은 17억~17억5,000만원”이라면서 “가격변동이 전혀 없는 보합세”라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M공인 관계자는 “대책 이전 은마 전용 76㎡가 19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던 집주인들이라 지금도 호가를 내릴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면서 “사는 사람은 더 떨어지겠거니 하면서 각자의 생각만 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강북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노원구 상계동의 정희순 부동산채널공인중개사 실장(서경 부동산 펠로)은 “상계 주공10단지의 마지막 거래 시점은 9·13대책 이전”이라면서 “전용 68㎡의 시세는 대책 이전과 같은 6억~6억3,000만원선”이라고 했다.
당초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재개발사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서대문구 아현동의 한 공인 관계자는 “9월 들어 북아현 등에 재개발 지분 투자 문의가 늘어나는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북아현 2구역의 다세대 지분 프리미엄이 6억원에 달할 정도로 가격이 부담이 커 매매거래는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정부의 행보와 시장 동향만 유심히 살피는 ‘눈치 보기’ 장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대출을 까다롭게 할 뿐만 아니라 세무조사 등으로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놓은 상태”라면서 “한동안 거래량이 줄면서 가격 하락이 큰 폭으로 나타나지 않는 보합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완기·이주원·이재명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