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의 아킬레스건 '무노조 경영'을 어떻게 볼 것인가

노조 와해 혐의 수사로 몸살 앓는 삼성

무노조가 일사불란한 성장에 기여했지만

브랜드 위상, 시대정신맞춰 더 유연해져야

삼성의 노조활동 방해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가 최근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모습. /연합뉴스삼성의 노조활동 방해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가 최근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모습. /연합뉴스



요즘 산업계에 부는 바람 중 하나가 노조 설립이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에 노조가 들어선 것을 비롯해 최근에는 국내 최대 게임 업체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 SK하이닉스(기술사무직 노조), 포스코 등에도 잇따라 노조가 결성됐다. 노동자의 고령화,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른 갈등 등과 맞물린 결과다.

이런 기류 속에 삼성은 노조 와해 수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까지 압수수색만 총 9번이 이뤄졌다. 노조 결성 등을 포함한 노동 3권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만큼 법 위반이 있다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고수한 이유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적잖은 기여를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봤다.

①귀족 노조 있었다면 오늘의 삼성이 가능했을까=노동계를 대표하는 단체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다. 노조 가입률은 두 군데를 다 합쳐도 10% 정도다. 노동계를 대표한다지만 고작 10명의 근로자 중 1명 만이 가입했다는 얘기다. 특히 현대차 등 강성노조가 포진한 민노총은 귀족노조로 통한다. 실제 노동 생산성 대비 과도한 임금은 국내 자동차 산업이 내리막을 타는 주원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임금 협상 때는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일삼는다.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기존보다 급여를 덜 받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현대차의 광주형 일자리 실험이 결국 실패로 귀결되고 있는 것도 노조 탓이 크다. 이런 노조의 행태가 삼성이 고수해온 무노조 경영을 무조건 비판하기 어려운 보이지 않는 요인이 돼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재계의 한 임원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도덕적으로 비판하기는 쉽지만, 그것이 사람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많은 이들이 사석에서는 삼성이 만약 노조를 허용했더라면 지금의 위치에 오르지 못했을 거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창업주의 탁월한 혜안으로 여기는 인식의 이면에는 노동계의 타락상이 자리한다는 얘기다.


②정작 대다수 ‘삼성 맨’은 노조에 무심=지난 2월 생긴 삼성전자 노조의 설립 인원은 2명에 불과했다. 그것도 퇴직을 앞둔 직원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노조원 수가 미미하긴 마찬가지다. 당시 재계에서는 단 2명이라도 삼성전자에 정식 노조가 설립됐다는 사실 자체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지만 정작 삼성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시큰둥한 편이다. 직원들이 국내 최고 수준의 처우를 받고 있고 체화된 기업문화도 노조 필요성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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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삼성물산 에버랜드(삼성지회)·삼성SDI·에스원·삼성웰스토리·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엔지니어링·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 8개 삼성 계열사에 노조가 있지만, 가입자 수가 적다. 존재감이 없을 정도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복수노조도 허용되는 시대인데, 삼성도 얼마든지 노조를 만들 수 있다”며 “다만 (노조 설립이) 구성원에 별로 호소력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봐도 복리 후생이 좋고 기업도 성장하고 있어 노조라는 보호막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며 “삼성전자의 경우 사원협의회가 다른 기업의 노조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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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브랜드 위상에 맞는 평판관리 나서야=삼성의 노사 관리 전략은 ‘요구하기 전에 먼저 제공한다’는 게 핵심이다. 노조를 통해 이룰 수 있는 직원의 권리 신장과 복지 향상을 기업 측에서 먼저 실현해 줌으로써 종업원들로 하여금 노조의 필요성을 못 느끼게끔 하라는 것이다. 실제 과거 전자 산업에서 후발주자였던 삼성이 금성사(현 LG전자)를 제칠 수 있었던 데는 지난 1980년대 후반 금성사가 노사분규로 수십 일간 생산 중단 사태를 겪은 게 컸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건희 회장은 잘 나갔던 닛산 자동차가 도요타에 밀린 이유도 강성 노조에 있다고 봤다. 무노조 경영이 삼성에서 깰 수 없는 철칙이 돼 온 배경이다.

하지만 이제 삼성은 더는 과거의 삼성이 아니다.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이상 노동자 권익 보호라는 시대 정신에 맞춰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노조 결성 움직임에 대한 방해 등은 일류 삼성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하고 있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기업의 평판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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