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콜롬비아 출신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1932.4.19~)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보테로 하면 과장된 인체비례와 통통하다 못해 뚱뚱한 인물을 그리는 화가로 유명하죠. 그중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패러디한 앙증맞은(? )모나리자를 그린 작가로도 친숙합니다.
보테로의 모나리자는 뉴욕 현대미술관에 걸리자마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는데요.
원작에선 볼 수 없는 유머러스함에 뉴요커들이 열광하기 시작했죠. 풍선처럼 부푼 얼굴과 몸, 아기같이 발그스름한 볼 모나리자가 이렇게 귀엽게 느껴질 수 있다니….
그의 그림 속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다 포동포동합니다. 왜 이렇게 그리게 됐을까요.
보테로는 청년 시절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유학하는데 미술관에 걸린 명화를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아 관찰하고 따라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중 인물의 부피가 잘 표현되어 있어 그림의 짜임새가 있다고 느낀 르네상스 그림들에 푹 빠지게 되었죠.
그러길 4년여…보테로는 위대한 화가들은 모두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게 계속 그림을 그리던 중 우연히 만돌린(서양 현악기)을 그리다가 만돌린 구멍을 평소보다 작게 그렸더니 만돌린이 포동포동하고 귀엽게 느껴지게 됩니다.
그 순간 그는 비율은 지키지 않았지만 볼륨감있게 그린 만돌린을 보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는데요. 그 뒤로 그 스타일을 점점 더 발전시켜 나가게 되었죠.
이때부터 비평가들은 페르난도 보테로의 회화와 조각 작품에 등장하는 육감적인 형태 때문에, 그의 미술을 ‘키치’(kitsch·하찮은 예술품)라고 폄하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그럴 때마다 이렇게 말하곤 했죠.
“그림을 관람할 때 어디에서 그림을 보는 즐거움이 비롯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게는 풍만한 형태감이 삶의 즐거움입니다. 그런 이유로 나는 풍만함을 만들어 내는 문제에 매달립니다.”
그는 창작에만 집중하기 위해 외부와 철저히 차단하는 생활을 한다고.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시간도 아까워서 항상 같은 레스토랑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한다고 합니다. 그림에 대한 열정이 돋보이는 대목이죠.
그의 그림들은 한결같이 넉넉합니다. 꽃도 과일도 동물도 사람도 동글동글하게 실제보다 부풀려서 그런지 형태만 살짝 변형했을 뿐인데도 환상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죠.
화사한 원색으로 풍자와 해학을 덧입힌 보면 볼수록 정겹고 포근한 느낌이야 말로 보테로 그림의 매력이 아닐까요.
이참에 87세 현역 화가 보테로의 작품집을 감상해보면 어떨지. 마음까지 한결 푸근해질 거예요.
한뼘 미술관, 다음회에 더 알찬 내용으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