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의 체감경기가 올 들어 3분기 연속 하락하며 경기둔화 조짐이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일본 열도를 강타한 잇따른 자연재해와 글로벌 무역전쟁 등 악재가 겹치면서 경기 회복세가 역풍에 직면한 가운데 지난 2012년 아베 신조 정권 수립 이후 시작된 경기회복 지속력에 대한 불안감도 나오고 있다.
1일 일본은행은 대형 제조업체의 3·4분기 단기경제관측조사(短觀·단칸)지수가 19로 전 분기 대비 2포인트 내려갔다고 발표했다. 단칸지수는 경기가 좋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에서 나쁘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을 뺀 수치로 올 들어 3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지수가 3분기 연속 둔화된 것은 2007년 12월~2009년 3월까지 6분기 연속 하락한 후 9년 반 만이다.
일본 기업의 체감경기에 그림자가 짙어지는 것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심화 때문이다. 실제 생산 및 업무용 기계 부문의 업황은 전 분기보다 3~5포인트 악화했으며 세계 경제 침체와 수출 감소를 우려하는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자동차·화학 업종 등에서 앞으로의 업황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도 기업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를 뚫고 올라가면서 석유 및 석탄제품 업황지수가 18포인트 떨어지는 등 소재 업종을 중심으로 영향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잇단 자연재해도 공사 및 물류에 타격을 주며 경기를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재해는 비제조업 부문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형 비제조업의 3·4분기 단칸지수는 전 분기 대비 2포인트 하락한 22를 기록하며 2년 만에 악화했다. 태풍과 폭우의 영향으로 운수·우편이 3포인트, 숙박·음료서비스가 2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지난달 초 열도를 덮친 태풍 ‘제비’와 홋카이도 지진에 이어 9월30일 상륙한 태풍 ‘짜미’ 등으로 방일 외국인 수가 급감하며 여행업이 타격을 받은 것이다.
한편 NHK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전11시 기준 태풍 짜미로 인한 사망자와 실종자는 각각 2명, 부상자는 172명으로 집계되는 등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도쿄 등 수도권에는 일부 전철 노선의 운행이 중단되는 등 불편이 이어졌으며 하네다·신치토세공항을 이착륙하는 항공기를 중심으로 이날 240여편의 결항이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