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로지스틱스는 수출입 통관에서 운송, 보관, 3자물류(3PL·Third Party Logistics)까지 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김병선 드림로지스틱스 대표를 만나 창업 때부터 현재까지 이 기업의 비즈니스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경기도 평택시에 자리잡은 드림로지스틱스 본사를 찾았다. 2층으로 된 연면적 7,300㎡(약 2,200평) 규모의 물류창고였다. 김병선 드림로지스틱스 대표는 기자를 데리고 물류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창고 안에는 운송용 포장으로 싸인 커다란 반도체 제조 장비가 가득했다. 3톤 화물을 나를 수 있는 대형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곳 역시 운송을 기다리는 반도체 장비들로 가득 차 있었다.
2층에 나 있는 창 밖으로 거대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이 보였다. 김병선 대표가 말문을 열었다. “여기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까지 자동차로 채 10분도 안 걸립니다. 공장 옆에 솟아 있는 타워크레인들 보이시죠? 삼성전자 제2 평택 공장을 짓고 있는 겁니다.”
드림로지스틱스는 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김병선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종합화학)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자재구매와 물류, 수출입 통관이 그의 주 업무였다. 그는 그곳에서 5년간 일한 뒤 이직을 결심했다. 김 대표는 말한다. “충청남도 서산시 대산읍에 조성한 종합화학단지에서 근무했는데, 당시만 해도 그 주변에 화학공장 말곤 아무것도 없었어요.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했는데 젊은 나이에 많이 답답했습니다.”
1994년 그는 미국계 반도체 장비 전문 회사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에서도 수출입 통관과 물류 업무를 맡았다. 그곳에서 20여 년 동안 일하며 물류부문 책임자까지 올랐지만 그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직장 생활을 마친 후 아예 은퇴를 할 것인지, 아니면 사업을 할 것인지를 생각했어요. 직장 일을 하는 동안에도 내 사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기는 했죠. 결국 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렇게 해서 2002년 드림로지스틱스를 창업했어요.”
김병선 대표는 드림로지스틱스 설립 당시부터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고민했다. 트럭 한 대를 사서 사업을 시작한 김 대표는 드림로지스틱스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 전자 부품 물류 서비스에 특화된 회사로 키워 나갔다. 현재 드림로지스틱스 주 고객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국계 반도체 장비 생산업체들이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에서 근무하며 배운 선진 물류 시스템과 인맥이 사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김 대표는 말한다. “특히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저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갑과 을’을 모두 경험해 봤습니다. 그래서 거래처 사람들과도 파트너십 관계로 일을 했죠. 회사 동료들이나 거래처 직원들과 자주 모임을 갖기도 했고요. 제가 사원 때부터 만나던 분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권한을 가진 위치에 올라가 있었어요. 물류 업계는 생각보다 좁습니다. 그렇다 보니 드림로지스틱스는 자연스럽게 외국계 반도체 장비 기업과 거래가 많아졌어요.”
김 대표는 운이 좋았다고 말했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그는 드림로지스틱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현재 드림로지스틱스는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국계 기업 등에 24시간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천공항(1곳)과 평택(1곳), 기흥(2곳)에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말한다. “삼성전자가 평택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걸 보고 저희도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평택에 물류창고를 지었습니다. 기흥 물류창고도 같은 맥락에서 운영하기 시작한 거고요. 예민한 반도체 제조 장비를 보관하기 위해 항온·항습 환경을 유지하는 클린룸 설비도 갖췄습니다.”
드림로지스틱스는 1톤부터 11톤까지 60여 대(항온항습 기능을 갖춘 및 무진동 특수차량 20여 대 포함)에 달하는 차량을 직접 구입해 운영하고 있다. 운송 기사도 정규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지입차량(개인 소유 차량을 운수회사 명의로 등록해 운영하는 형태)을 쓰는 동종업계 관행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정규 직원들에 운송 책임을 맡기고, 모든 차량에 대해 화물적하보험을 가입해 고객 화물과 운송직원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고객사 요구 시간에 신속 대응하는 GPS 배송시스템과 고객맞춤 물류컨설팅도 고객사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2013년 드림로지스틱스는 ‘AEO(Authorized Economic Operator)’ 인증을 받았다. AEO는 수출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 기준을 충족하면 통관 절차 등을 간소화해 주는 제도다. AEO 적용 대상에는 제조자, 수입자, 관세사, 운송인, 중계인, 항구 및 공항, 배송업자 등이 모두 포함된다. 김 대표는 AEO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1년에 1번씩 관세청에서 실사를 나와요. 반도체 관련 외국계 기업에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인증인데, 일반 운송업체가 따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현재 드림로지스틱스는 화물을 인천공항이나 부산항에서 받아 고객사 창고나 공장으로 운송하는 ‘일반운송’, 수출허가를 받은 화물이나 수입된 화물을 고객사 보세창고 또는 보세공장으로 운송하는 ‘보세운송’, 고객사 제품을 위임받아 창고에 보관한 뒤 직접 재고관리를 하고 납품 대행 서비스를 하는 ‘3자물류’, IT제품 수출입 통관 경험이 있는 특화된 직원들을 고객사에 파견하는 ‘인력 아웃소싱’ 사업을 모두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말한다. “보세운송을 하려면 관세법에 의거, 세관장에게 보세운송 신고를 하고 그 면허를 받아야 합니다. 이것도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해요. 3자물류도 마찬가지로 국내 물류업체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일입니다. 외국계 반도체 기업 고객은 드림로지스틱스에 3자물류를 맡기고 있어요. 3자물류가 일반 물류와 다른 점은 물류회사가 화주 업체(고객사)와 1년 이상 장기계약을 맺은 뒤, 고객사에 원자재 수급, 재고 및 창고관리 등 제품 생산과 관련된 일을 제외하고 물류와 관련된 전 분야를 제공한다는 데 있습니다. 물류의 A부터 Z까지 훤하게 다루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드림로지스틱스에게도 큰 시련을 안겨줬다. 김 대표는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며 말했다. “이 일을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고객사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저희까지 많이 힘들어졌으니까요. 직원들 월급 주기조차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버틸 수 있었습니다. 재무구조가 튼실했기 때문이었죠. 당시 회사 부채가 전혀 없었어요. ‘회사 돈은 회사 돈’, ‘내 돈은 내 돈’, 투명하게 경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트럭 1대로 시작한 작은 회사는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 전문성을 인정 받았다. 김 대표는 국내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점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드림로지스틱스가 가진 목표를 얘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고객사 경쟁력 제고를 위해 물류 컨설팅과 시스템 구축에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앞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특화된 세계적 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집중할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