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해부터 각종 대출규제 조치를 내놓았지만 한국의 가계빚 증가속도가 주요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7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가계 부실화 위험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3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5.2%로 세계 7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128.3%), 호주(122.2%), 덴마크(117.3%), 네덜란드(104.3%), 노르웨이(101.6%), 캐나다(99.4%) 다음이다. 가계부채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전인 2014년 1분기(81.9%)에는 12위였는데 4년간 무려 13.3%포인트, 순위로는 5계단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가계부채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년 전과 비교할 경우 2.3%포인트 상승했다. 이 같은 상승 폭은 BIS가 집계한 43개 주요국 가운데 중국(3.7%포인트), 홍콩(3.5%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 전년 같은 기간(4.6%포인트)보다 상승 폭이 작아졌지만 순위는 3위로 같았다. 지난해 중반부터 정부가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옥죄는 정책을 본격 추진했지만 증가세를 막지는 못한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6·19 대책, 8·2 대책 등 담보인정비율(LTV)을 낮추고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방안을 내놨다. 10월에는 2018년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조기 도입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발표되고 난 지난해 9월 말 이후로도 6개월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포인트 올라갔다. 같은 기간 홍콩(1.7%포인트), 호주(1.4%포인트), 중국(1.3%포인트)에 이어 상승폭이 세계 4위다. 순위가 한 계단 내려서는 데 그쳤다. 올해 1분기에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0.4%포인트 상승하며 중국(0.9%포인트), 스위스(0.6%포인트), 호주(0.5%포인트)에 이어 세계 4위다. 특히 1분기만 놓고 보면 올해 한국 가계부채 비율 상승폭은 2002년(3%포인트) 이래 16년 만에 가장 크다.
가계부채는 소득에 비해 빠르게 늘면서 일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가계 파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1분기 가계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부담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BIS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s)이 12.2로, 2011년 말과 같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처분가능소득의 약 1.6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