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부서끼리도 공유 못해"...규제에 막힌 대학 빅데이터 구축

입시·취업전략 참고용 추진 불구

'동의' 안돼 입학·학생처 간 깜깜이

인기 끄는 구내식당 파악도 안돼

학계 "공익 목적 데이터는 열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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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주체의 동의’를 엄격하게 따지는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대학마저 빅데이터 구축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 민간업체가 공공기관의 데이터를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고 같은 대학법인 내 부서끼리조차 기초자료를 공유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대학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취업전략이나 학내 복지 개선 등 공익 목적의 사업조차도 진행하지 못해 국내의 과도한 데이터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4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고려대·한양대 등 서울권 대학들은 최근 대학 내부 데이터를 통합해 가공하려고 시도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혀 고전하고 있다. 같은 학교법인에 소속된 입학처·학생처·대외협력처 등 부처끼리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마저도 위법의 소지가 있어 보류된 것이다. 정보를 수집할 당시 학생들에게 연구 목적으로 쓰겠다고 알리거나 동의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일제히 통합데이터 구축에 나선 까닭은 학생들의 입학전형과 캠퍼스 활동, 취업 결과 등을 분석해 학교 운영전략에 참고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예체능 동아리에 속한 학생들 다수가 졸업 후 창업을 선택하거나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중도이탈 없이 잘 적응한다는 경향성을 확인하면 대학 차원에서 각종 취업 및 입시전략을 짜기 쉽다. 분석 대상을 대학에 응시한 고등학생 전원으로 넓히면 교육 수요자들의 행동 패턴까지 분석할 수 있어 학문적 가치가 있다는 게 대학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실상은 응시생 정보를 모아둔 입학처와 재학생 정보를 보유한 학생처 간 서류 공유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학생들이 정보를 제공할 당시 연구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거나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이 해당 대학에 불합격했거나 졸업해서 떠나면 그 학생에 관한 서류는 즉각 파기된다. 데이터 분석의 기초자료가 되는 정보가 활용도 되지 못한 채 곧바로 사라지는 것이다. 학생들을 A씨·B씨로 표기해 비식별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여전히 정보 주체 동의를 받지 않은 사례여서 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어 대학들은 활용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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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내 데이터 통합을 추진한 연세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행법 해석이 너무 좁다 보니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취업이나 입시전략 등에서 학내 데이터만 제대로 가공해도 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올 초부터 통합데이터 구축에 나선 한양대 관계자도 “하다못해 학생들의 카드 사용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여러 곳의 구내식당 중 어디가 가장 인기가 높은지 알아보는 것조차도 ‘동의’ 문제에 걸려 결국 좌초됐다”며 “현행법은 산업 육성보다는 보호에만 초점에 맞춰져 있어 조금이라도 갈등의 소지가 있는 불씨는 다 없애려 한다”고 지적했다.

빅데이터 활용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대로라면 대학뿐 아니라 부서별로 업무가 나뉘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통합데이터 구축에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부터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거나 이미 구축된 정보에 대해 구성원의 동의를 일일이 다시 받지 않으면 활용이 어려워서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개인의 정보 자기결정권은 여전히 중요한 권리이며 정보 수집자가 처음부터 제대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서도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인식이 생긴 지 얼마 안 된 만큼 일부 공익 목적에 한해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도록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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