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지역시장 기반 일자리도 중요하다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얼마 전 민족 대명절 추석이 지나갔다. 명절이 되면 으레 나오는 얘기가 있다. 명절 대목이 없다는 말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역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자영업 폐업률 88%, 한쪽에서 열 곳의 가게가 문을 열면 다른 한쪽에서 아홉 곳의 가게가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다. 창업 후 생존율 또한 참담하다. 1년까지는 84%에 가까운 생존율을 보이지만 5년을 채 버티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절반을 넘는다. 자영업의 붕괴는 일자리 문제와도 연결된다는 것이 그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 8월 정부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일자리 안정자금 등을 통한 사업자 직접지원과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 적용 등이 골자다. 이 같은 직접 지원이 당장의 어려움 해소에 도움은 될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지속할 수는 없지 않는가. 생태계 관점으로의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경제 생태계는 수요와 공급이 근간이다. 수요가 촉진되면 돈이 돌면서 공급을 위한 경제에 활력이 생긴다.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늘면 우리가 고민하는 중장년 일자리가 늘고 청년 일자리도 복원될 것이다. 시장에 돈이 들어가게 하는 수요 촉진 정책이 절실하다.

첫째, 정부·지자체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조선소 가동 중단과 한국GM 공장 폐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군산시는 지역 화폐, ‘군산 사랑 상품권’을 만들었는데 유통된 지 보름여 만에 80억원어치가 판매됐다고 한다. 상품권의 91%를 시민이 구매했는데 음식점·학원 등 군산 지역 대부분 가맹점에서 쓸 수 있다. 지역 화폐·상품권은 시장의 활기를 이끌어낼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지역 상권에 돈이 돌게 하는 수요 진작책이 절박하다.


둘째, 복지 재정도 지역 경제에 도움이 돼야 한다. 아동수당 전용 적금 상품이 은행의 마케팅 1순위가 됐다는 소리가 들리고 청년수당이 구직활동이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돈이 쓰이는 것이다. 각종 정부의 복지 재정과 수당을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지역 화폐 등의 형태로 제공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공무원 복지 포인트 등도 대상이다. KT는 최근 김포시 등 전국 25개 지자체와 ‘블록체인 지역화폐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화폐 ‘상품권 깡’ 등 유통 과정상 발생했던 오용과 부정도 방지할 수도 있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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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제도적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그 하나로 영세 자영업자를 통해 구매한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해 세제혜택을 지원하는 제도다. 대형마트 및 도매상에 집중된 대규모 수요를 돌릴 수 있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계약 문제로 손해를 감수해가며 영업을 해야 하는 편의점 이야기도 회자된 적이 있다. 지역 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플랫폼 정부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넷째, 자영업자들의 자생력을 키워줘야 한다. 우리 자영업 붕괴의 근원에는 높은 자영업 비중, 지나친 특정 업종 과밀현상 등 구조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데이터 기반의 상권 분석 등으로 적절한 창업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자영업자에게 서비스 향상을 위한 교육과 맞춤형 컨설팅도 이들의 자생력을 높이는 데 반드시 필요한 지원이다.

서민경제가 시장의 근간이다.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에서 일자리가 창출되면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웃게 하는 민관의 공동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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