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200자 신간] 선비, 사무라이 사회를 관찰하다 外




조선의 對日 관점이 바뀐 이유

■선비, 사무라이 사회를 관찰하다(박상휘 지음, 창비 펴냄)=“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사람이나 만물이나 같은 법인데, 일본 사람들은 어째서 죽음을 즐기고 삶을 싫어하는가.” 1957년부터 3년간 정유재란의 포로로 일본에 억류됐던 강황은 죽음으로써 의를 실천하는 무사사회 일본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측은지심을 사람다움의 근본으로 여기던 유교사회 조선의 선비들에게 ‘일본은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존재’요 적개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차츰 바뀐다. 조선의 사절단이 200년 가까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면서 날로 부강해지는 일본의 비밀을 탐색하기 시작하면서다. 그 과정에서 조선의 선비들은 능숙한 대외무역과 탄탄한 기술력, 일본인들에게 뿌리 깊은 절제와 자족의 가치를 배운다. 2만5,000원






마르크스와 다윈이 만났다면

■두사람(일로나 예르거 지음, 갈라파고스 펴냄)=동시대를 살았지만 단 한 차례 만난 적 없는 찰스 다윈과 카를 마르크스. 진화와 혁명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두 사람이 어느 날 저녁 식사를 하게 됐다고 가정해본다. 발칙하게도 한 사람은 진화론을 통해 신을 살해했고 한 사람은 잉여가치의 축적과 불평등을 방기하는 자본주의를 살해했다. 더욱이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다윈의 진화론을 바탕으로 마르크스는 유물론의 자연과학적 이론을 마련했고 다윈 역시 ‘자본론’ 1권을 읽으며 시대를 앞서 간 자의 번민과 갈등을 공감한다. 그런 두 사람이 한 테이블에 앉았다. 식사 분위기는 평화롭지만은 않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충돌하고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논리가 마르크스의 심기를 건드린다. 분위기가 험악해도 상관 없다. 상상만으로 주선된 둘의 만남을 독자는 그저 지켜보면 된다. 1만6,500원



골든아워 놓치게 만드는 의료 시스템


■골든아워 1·2(이국종 지음, 흐름출판 펴냄)=책을 펴낸 흐름출판의 유정연 대표는 이 책을 ‘피로 쓴 유서’ ‘한 인간의 지독한 생을 담은 기록’이자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한 인간의 신산한 세상살이’라고 소개했다.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수술을 집도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던 저자는 17년간 중증외상 치료의 현장에서 겪었던 삶과 죽음을 두 권의 책에 담아냈다. 평소 국내 열악한 중증외상 의료 현실을 비판했던 저자답게 책에는 담담하지만 날카로운 어조로 골든아워를 놓칠 수밖에 없는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고발한다. 5년간 집필하고 2년반의 수정과 편집과정을 거쳐 탄생한 이 책은 저자의 처음이자 마지막 책이며, 저자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남게 될 것이다. 각 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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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함께 나눌 때 극복하는 것

■슬픔을 건너가는 중입니다(앤 기슬슨 지음, 세종서적 펴냄)=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할퀴고 지나간 뉴올리언스의 어느 집에 아픔을 간직한 이들이 하나둘씩 모여 와인잔을 채우고 책을 펼쳐든다. 저자도 그 중 하나다. 한 달에 한 번 이뤄지는 이 독서 모임은 무엇인가에 속수무책으로 빼앗긴 삶을 되찾으려고 하는 동지들의 모임이다. 카프카의 ‘변신’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 없이 주는 나무’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등을 읽으며 멤버들은 삶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한다. 가령 인간의 괴로움을 탐구하는 한 모임에서 멤버들은 괴로움이라는 감정이 ‘다른 인간들과 연결된 존재로서 인간이라면 마땅히 보여야 하는 반응’이라는 결론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슬픔을 함께 마주하는 과정이 시련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얻게 된다. 1만5,000원



남은 生을 살아가는 방법

■마흔에게(기시미 이치로 지음, 다산초당 펴냄)=아들러 심리학의 1인자이자 플라톤 철학의 대가 기시미 이치로가 돌아왔다. 전작인 ‘미움 받을 용기’가 나다움을 받아들이는 방법론이라면 이번 책은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조언하는 일종의 실용서다. 과거 쉰 무렵의 저자는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죽을 위기를 넘겼다. 이후 그의 글에는 ‘목숨을 부지한 사람의 사명’이 더해진다. 나이드는 것의 특권을 말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는 나이가 들어 평가와 평판에 개의치 않고 순수하게 배우는 기쁨을 칭송한다. 예순의 나이에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고 2년만에 한국책을 읽게 된 그다. 지금을 사는 법을 배운 저자에게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춤이다. 끝을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마디마디는 순간순간의 점프와 턴 같은 것이다. 1만4,000원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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