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업일치’라는 말이 유행하는 시대다. ‘덕질(특정 취미 등을 열렬히 즐기는 것)’과 직업이 일치한다는 뜻이다. 직업이 돈을 버는 수단 정도로 여겨지는 분위기에서 일과 취미가 맞닿는 덕업일치는 직장인들에게는 로망에 가깝다. 이런 가운데 최근 덕질을 사업으로 연결해 새로운 비즈니스에 뛰어든 이가 있다.
김수진(25·사진) 팬심 대표는 5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1인 미디어 창작자와 그 팬이 함께 소통하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프로마음전달러’라는 모토를 내걸고 팬심을 창업했다”며 “저도 누군가의 팬이었던 시간이 제 살아온 생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터라 저와 같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면 의미가 있는 비즈니스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팬심은 1인 미디어 방송을 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아프리카TV BJ, 트위치tv 스트리머에게 그들의 팬이 선물을 전달하거나 이벤트를 열고 기념품을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팬과 1인 미디어 창작자 사이의 ‘쌍방향 소통’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팬이 아이돌에게 선물을 주는 행위를 ‘조공’이라고 부르듯이 대중문화계에서는 팬과 연예인 사이의 관계가 수직적인 편이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에서는 팬과 창작자 사이에 수평적인 스킨십이 많다는 게 가장 큰 차별점이고 여기에서 플랫폼의 확장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안방 1열 팬’이라는 말이 반영하듯 일반 연예인 팬은 텔레비전에서 연예인을 보고 팬 카페에서 글을 쓰는 식의 단방향 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터넷 방송 쪽은 연예계와 달리 팬과 창작자가 쌍방향으로 이벤트를 하는 일이 빈번한 만큼 온·오프라인상에서 할 수 있는 이벤트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김 대표가 ‘프로마음전달러’를 모토로 내걸고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본인 스스로 ‘팬 활동 15년 차’라 정의할 정도로 오랜 ‘덕후’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나 자신이 아이돌 박애주의자라고 불릴 만큼 GOD·동방신기·빅뱅 등 숱한 아이돌 팬 활동을 거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확산되면서부터는 1인 미디어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올해 초부터 수십 명의 1인 미디어 창작자들과 팬들을 고정 패널로 두고 활동하며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불확실성이 큰 게 사실이다. 김 대표 자신도 올해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 창업가로 사업경험의 부족을 솔직히 인정한다. 하지만 젊은이의 특권인 ‘긍정의 힘’과 오랜 ‘덕질의 열정’으로 나아간다는 각오다. 김 대표는 “사회생활도 안 해본 청년 창업가에게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질문이 ‘사업할 돈은 있느냐’ 혹은 ‘특별한 기술은 있느냐’ 등 기존 방식의 접근이 대부분”이라며 “기존 관점으로 보면 우리 회사는 성공할 확률이 떨어지겠지만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이어야 하고 그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는 게 중요한데 저희는 그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