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크라상’ 상표권을 아내에게 넘기고 사용료를 지급해 회사에 200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 허영인 SPC 회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프랜차이즈 사주 일가가 상표권을 보유하면서 수수료를 받는 업계의 관행을 법원이 처음으로 유죄로 판단한 것이라 향후 업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이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3년을 감형한 것이다. 재판부는 “상표권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음에도 상표권 지분을 포기하게 하고 사용료까지 포함해 상표 사용료 (계약을) 체결한 것은 업무상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며 “SPC는 허 회장과 부인·자녀들이 주식 전부를 보유한 가족회사라는 특징이 있고 122억원 상당의 돈을 지급하는 등 피해회복이 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는 재판부가 파리크라상 상표권이 허 회장의 아내 이미향씨와 SPC가 공동으로 보유한 것이기에 이씨에게 수수료를 지급한 것은 범죄라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 1월 검찰은 허 회장이 2012년 파리크라상 상표권을 부인 이씨에게 넘긴 뒤 2015년까지 상표권 사용료 213억원을 이씨에게 지급하게 해 그만큼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재판에 넘겼다. SPC 측은 재판 과정에서 파리크라상 개발을 주도한 이씨가 상표권자이기에 법적 문제가 없도록 적정사용료를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법원의 이날 판결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관행적으로 대표 명의로 등록해온 업체들은 일종의 경고장을 받게 됐다. 이에 앞으로 외식업체들이 사업 초기에 상표권을 개인 명의로 등록했다 해도 업체가 궤도에 오른 뒤에는 적절한 평가를 거쳐 법인 명의로 돌리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오너가 브랜드 성장에 기여한 공로 등을 고려해 적절한 가치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계가 작은 점포에서 시작해 기업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특성상 초기에 만든 상표권을 창업주 일가가 가져가는 일이 많았음을 감안했으면 한다”며 “최근 문제가 불거지면서 업체 대부분이 상표권을 법인 명의로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검찰이 올해 허 회장과 같은 상표권 관련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긴 ‘본죽’ 본아이에프의 김철호 대표와 아내 최복이 전 대표, ‘원할머니보쌈’ 박천희 원앤원 대표의 1심 결과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대표 부부는 ‘본도시락’과 ‘본비빔밥’ 등 상표권을 개인 명의로 등록해 회사에 약 2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박 대표는 ‘박가부대’ 등의 상표권을 통해 21억원을 수령한 혐의로 각각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김 대표 부부와 박 대표의 결심 공판에서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조권형·변수연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