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토요워치]담론 주도 vs 논란 확대…해외 온라인 커뮤도 '양날의 검'

■'이념의 장' 된 커뮤니티

美 레딧 '과학 위한 행진' 시위 촉매제

4chan은 '스타벅스 인종차별'에 기름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과학을 위한 행진’ 집회. 이 집회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댓글에서 출발했다. /사진제공=위키미디어커먼즈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과학을 위한 행진’ 집회. 이 집회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댓글에서 출발했다. /사진제공=위키미디어커먼즈




미국의 유명 커뮤니티 ‘4chan’ 도입 화면. /4chan 캡처미국의 유명 커뮤니티 ‘4chan’ 도입 화면. /4chan 캡처


해외에서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는 ‘양날의 검’이다. 거짓 정보와 익명에 기댄 각종 비방 정보가 판치는가 하면 민감한 사회적 문제에 뜻을 같이하는 이들의 소리를 모아 사회 변화의 움직임을 이끌기도 한다.

지난 4월 대형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인종차별’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흑인 남성 2명이 필라델피아 센터시티 스타벅스 매장에 10분 정도 먼저 도착해 업무 미팅 상대를 기다리던 중 매장 매니저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자리를 차지했다는 이유로 벌어진 이 사건의 장면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면서 스타벅스와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분위기를 틈타 일각에서는 가짜 스타벅스 무료 음료 쿠폰이 나돌며 되레 이 사태를 조롱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의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4chan’에서는 “스타벅스가 유색인종 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무료 음료 쿠폰을 발급했다”는 소식이 급속도로 번졌다. 이미지 게시물 중심의 이 커뮤니티에 올려진 광고에는 스타벅스 음료 사진과 함께 “미안하다. 스타벅스는 더 잘할 수 있다. 우리는 모든 인종에 가치를 둔다. 가장 좋은 대화는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한다. 당신에게 한 잔 사고 싶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광고 하단에는 쿠폰 사용기한과 함께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그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에게만 해당된다”는 설명도 더해졌다.

관련기사



귀를 솔깃하게 하는 그럴싸한 광고는 결국 허위 사실로 밝혀졌다. 스타벅스 측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언론을 통해 “이 광고는 명백한 거짓이며 스타벅스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WP는 “광고를 자세히 살펴보면 조롱에 가까운 것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며 “가령 할인코드로 나온 1488은 백인 우월주의를 상징하는 14와 88의 조합이고 해당 쿠폰의 QR코드를 조회하면 흑인을 비하하는 ‘N 단어’가 나타나는 페이지로 이어진다”고 꼬집기도 했다. ‘N 단어’는 한국어로 흑인에 대한 경멸적 표현인 니그로(negro)나 니거(nigger) 등의 단어를 통칭한다. 온라인 기반의 각종 게시판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거짓 정보나 조롱·희화화 등 부정적 산물을 만드는 역효과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4chan은 지난 2016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며 각종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데 중심이 된 요주의 커뮤니티다. 논리는 뒤로하고 백인 우월주의자를 자극할 만한 밈(meme·특정 메시지가 담긴 이미지)을 제작, 공유해 트럼프 열풍을 이끌기도 했다.

물론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한데 모여 각종 사회적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는 커뮤니티의 순기능이 빛을 발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봄 미국 전역에서 열렸던 ‘과학을 위한 행진’ 시위가 대표적인 예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반(反)과학정책을 우려하는 과학자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과학에 대한 정치 간섭을 막고 과학기술계를 지지할 것을 요구한 이 집회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댓글에서 출발했다. 트럼프 정부가 기후변화 관련 내용을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는 기사가 나오자 한 이용자가 “워싱턴에서 과학 행진을 열어야 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이에 공감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지구의 날 네트워크’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고 지구의 날인 4월22일 집회까지 열게 된 것이다. 파편화된 개개인의 생각과 공통 관심사를 한데 모으는 데 온라인 커뮤니티가 제대로 힘을 발휘한 셈이다.

김민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