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의 집행유예 판결로 롯데가 ‘4대 리스크’에서 벗어날지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강조한 ‘뉴 롯데’에 탄력이 붙는 것은 물론 지배구조 개선작업에도 가속이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 회장의 부재로 발목이 잡혔던 해외 시장에 대한 공격적 투자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2월 신 회장 구속 이후 ①11조원 규모의 투자 및 인수합병(M&A) 좌초 ②중국 사업 차질 ③호텔롯데 상장계획 차질 ④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위협 등 이른바 4대 리스크에 꾸준히 노출돼왔다.
시장에서 가장 안타까워했던 부분은 11조원 규모의 투자 및 M&A 좌초다. 롯데는 올해 초 유럽 지역 화학기업을 대상으로 3조5,000억원대 투자 등을 계획하고 있었으며 미국과 동남아 시장에서는 3조원, 국내에서는 유통 및 서비스 분야에 4조7,000억원가량을 투자할 방침이었다. 조(兆) 단위의 투자계획이어서 전문경영인인 황각규 롯데지주(004990) 부회장이 결단을 내리기는 어려운 액수다. 롯데는 2년 전에도 미국 화학기업 액시올사를 인수하려 했지만 당시 검찰 수사 등으로 신 회장이 압박을 받으며 결국 인수계획을 철회했다. 신 회장의 석방으로 M&A와 관련한 실타래는 하나씩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뉴 롯데를 내세운 신 회장의 사업 포트폴리오 변경 등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맞춰 롯데의 공격적인 투자 및 M&A 발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가 지난 24년간 총 10조원가량을 투자한 중국 사업도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가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추진 중인 롯데월드 건설공사는 2년째 중단된 상태다. 또 중국 청두시의 6만6,000㎡ 부지에 1,400여가구의 아파트단지 및 호텔, 백화점, 쇼핑몰, 시네마 등을 건설하는 이른바 ‘청두 프로젝트’ 또한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다. 신 회장이 중국 사업에 대한 의지를 누차 강조한데다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 당시 중국 사업의 부진이 ‘약한 고리’로 작용한 만큼 중국 사업 재건에 보다 힘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측도 신 회장 석방 이후 구체적인 논의를 하자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키를 쥐고 있는 호텔롯데의 상장도 재추진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호텔롯데 지분은 일본롯데홀딩스와 투자회사 L1~L12가 지분 97.2%를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011170)·롯데물산·롯데알미늄 등 롯데의 비유통 부문 핵심 계열사가 지분을 다수 갖고 있다. 롯데가 지난해 롯데지주를 설립하며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지만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일본롯데 지분 희석 및 호텔롯데 지분 추가 확보 등의 조치가 없으면 ‘반쪽짜리’ 지주회사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새틀 짜기에 당분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집행유예로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도 사실상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은 올 2월 신 회장이 구속되자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신 회장 해임 건을 제출하는 등 지금까지 총 다섯 차례의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바 있다. 다만 일본롯데 대주주인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지주회(6%) 등이 지금까지 신 회장을 지지한데다 이번 집행유예로 지지가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28.1%)의 1대 주주이기는 하지만 신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만큼 더 이상 경영권을 흔들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신 회장이 2015년 경영권 분쟁 직후 사회공헌 등에 힘써온 만큼 확장된 형태의 사회공헌 계획이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롯데그룹은 2016년 회장 직속의 사회공헌위원회를 설립하고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롯데그룹은 판결 직후 입장자료를 통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한다”며 “그간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일들을 챙겨나가는 한편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