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 차의과학대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수석과장)는 “고위험 임산부·신생아 집중치료실을 갖춘 산부인과 전문병원이자 다양한 진료과 전문의들과 유기적인 협진이 가능한 종합병원이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씨는 임신 20주를 못 넘기고 두 번 유산한 뒤 습관성 유산(확률 약 1%) 검사를 받았다. 염색체 이상이 발견됐고 유전병 가족력도 확인됐다. 강남차병원 의료진은 착상 전 유전진단이 가능한 시험관 시술을 권했다. 난자와 정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시켜 수정란이 8개 세포로 분열될 때까지 키워 1~2개를 떼어내거나 포배기까지 키운 뒤 여러 개의 세포를 채취해 염색체 이상 여부를 검사하면 건강한 수정란을 자궁에 이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 이후 시행하는 융모막 검사(임신 10~12주)나 양수검사(임신 16~18주)와 달리 유전질환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다. A씨는 건강한 딸을 출산했다.
B씨는 중증 임신중독증(임신성 고혈압) 때문에 첫 아이를 임신 39주에 응급 제왕절개수술로 출산했다. 그래서 둘째 임신 32주부터 최신 임신중독증 조기예측 검사(태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SFlt-1/PLGF 비율 검사)로 모니터링하다 수치가 올라가자 임신중독 증상이 나타나기 전인 37주에 제왕절개로 둘째를 출산했다. 임신중독증이 B씨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하기 때문이다. 임신중독증은 △임신부에게 폐 쪽에 물이 차는 폐부종, 콩팥·간 기능 이상, 두통, 상복부 동통, 시야 장애 등을 △태아에게 혈류부족으로 인한 심한 저체중과 태반·자궁박리→응급 제왕절개수술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혈관 수축에 따른 고혈압이 심한 경우 경련(전자간증)을 일으켜 둘 다 위험해질 수도 있다.
C씨는 임신 16주에 양수가 새기 시작했다. 자궁에 염증·감염이 생기면 태아와 산모 모두 위험해지기 때문에 임신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임신 중 쓸 수 있는 광범위 항생제를 쓰면서 염증·감염이 안 생기게 철저하게 관리했다. 이 경우 보통 태아의 폐가 성숙하는 임신 34주까지 끈 뒤 유도 분만하거나 제왕절개수술을 한다. 언제 감염 증상이 나타날 지 모르고 더 끌 경우 합병증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34주 전에 갑자기 감염 증상이 나타나면 대부분 제왕절개수술로 응급분만시킨 뒤 신생아중환자실에서 항생제 치료 등을 하며 집중 관리한다.
D씨는 임신 16주께 태반을 공유하는 단일 융모막 쌍태아(일란성 쌍둥이)가 심각한 합병증인 ‘쌍태아 수혈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일란성 쌍태아의 5~10%에서 발생하는데 둘 사이에 연결된 혈관을 통해 한 태아의 혈액이 다른 태아에게 비정상적으로 이동, 둘 다 위험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영양·산소 공급원인 혈액을 주는 태아는 모자란 혈액보충을 위해 소변 생성을 멈춰 소변으로 이뤄지는 양수가 줄어 저산소증으로 뇌손상을 입거나 사망할 수 있다. 혈액을 공급받는 태아는 초과 혈액으로 소변 생성량 증가, 양수과다증 등이 생겨 태아부종·심부전으로 사망할 수 있다. 빠른 임신시기에 발병하거나 심한 경우 두 태아 모두 사망할 확률이 90%에 이른다.
박 교수는 “18주께 태아 내시경으로 쌍둥이의 혈관이 연결된 부위를 확인하고 레이저로 끊어줘 비정상적 혈액 흐름을 차단했다”며 “쌍둥이는 35주를 채우고 2.36㎏, 1.58㎏으로 태어나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각각 2주, 4주가량 지내다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말했다.